문자는 기본적으로 실용성과 기념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실용성은 기본적인 정보 전달의 특성을 말하고, 기념성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성질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현판이나 간판 등은 정보 전달도 중요하지만 디자인을 중시하니 기념성이 더 중요한 사례이다. 두 가지 특성 중 어느 것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자연스럽게 글자는 변화하기 마련이다.
문자를 향유할 수 있고 고급스러운 문화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글자의 화려함이 중시된다. 귀족 문화에 화려한 장식이 빠질 수 없으니 아름다운 문자가 중시된다.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니 조금 더 복잡해도, 조금 더 어려워도 상관없다. 이러한 시기에 한자는 대체적으로 복잡해졌다. 그러나 실용성이 중요한 경우도 있다. 전쟁이 나면 말 위에서 글을 써야 하기도 하고, 여행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또 실용적인 행정을 할 때는 간단한 것이 최고다. 속기라도 해야 한다면 간결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자체를 간략하고 빠르게 쓴 초서이다.
결국 문자는 실용성과 기념성 중 시대의 요구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한자는 사물의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에서 출발하였기에 더욱 심미적이고, 또 이를 향유할 귀족문화가 계속 이어져 왔기에 다양하고 아름다운 한자체가 발달했다. 서예가 그 정점에 있다. 그러나 실용성도 현실적인 필요성에 의해 강조되었다. 간체자를 만들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청나라가 간체자를 만들고자 한 것이 그 예다. 아무래도 한자에 익숙하지 않던 만주족은 좀 간단히 쓰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반발로 흐지부지되고 만다. 그래서 간체자 도입을 언어 발달사와 기존 한자 발전사의 연장선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초기 갑골문에서부터 금문, 전서, 예서 등의 변화 과정이 바로 실용성과 기념성의 조화와 대립이라는 주장이다.
1956년 중국 정부는 ‘한자 간자화 방안(字化方案)’을 내놓으며 공식적으로 간체자를 맨 처음 규정했으며, 1965년 정규문자로 인정한 간체자를 모두 모아 ‘간화자총표(化字表)’를 발표한다. 이후 중국 대륙은 모든 교과서를 포함해 대부분의 책과 문서에 간체자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원래의 계획은 베트남처럼 한자 자체를 없애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결국 총 2235자를 간체자로 만들어 발표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간체자는 번체자에 비해 획수가 줄어들어 외우기도 쉽고, 쓰기도 편하며 시간도 절약된다. 희(戱) → , 개(個) → , 위(爲) → , 락(樂) → , 무(無) → 无 등 많은 글자가 간략하게 바뀌었다. 또한 문맹률이 대폭 감소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았다. 여하튼 중국의 간체자 도입은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의 문자 통일에 비견할 정도로 강력한 문화정책이다. 이런 정책이 바로 진정한 문화혁명(文化革命)일지 모른다.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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