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영동고속도로 서울 방향 봉평터널에서 발생한 전세버스 추돌사고로 안타깝게 4명이 목숨을 잃고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전날 밤을 버스에서 쪽잠으로 때운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한 탓이다. 8년 전 영국 출장을 갔을 때 겪었던 일을 떠올리게 하는 사고였다.
런던 외곽 신도시를 시찰하고 시내 숙소로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차가 밀려 예정보다 상당히 지체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버스를 운전하던 인도인 기사가 갑자기 휴게소로 들어가더니 운전을 못 한다고 했다. 이유는 규정상 계속운전 허용 시간이 다 돼 무조건 휴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걸리면 추방을 당한다고 했다.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일행은 빨리 돌아가야 한다고 항의도 해 보고 부탁도 해 봤지만 통하지 않았다. 나중에야 그것이 바로 우리의 안전과 생명을 위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 버스 추돌사고를 보고 버스 운전기사가 충분한 휴식을 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는 아쉬움이 매우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운전자는 2시간 운전에 15분을 휴식하는 규정이 있으나 그나마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버스나 트럭같이 대형 차량은 사고가 나면 많은 인명 피해를 유발하는 대형 사고일 확률이 높다. 지난해 사업용 버스와 트럭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189명과 216명으로 전년에 비해 다소 늘었다. 2014년에 5000명 이하로 내려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전체 도로교통사고의 감소 추세와 비교하면, 버스와 트럭의 교통사고사망자 감소는 주춤한 상태다.
전세버스와 사업용 트럭은 운수회사 소속의 차량으로 회사에서 운영하고 관리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많은 차량의 실제 주인은 개별 운전자이나 서류상으로만 회사에 소속돼 있는 지입제(持入制)로 운영되는 것이 현실이다. 지입제는 실질적으로 각 차량의 관리와 운전은 개별 소유주인 운전자별로 책임지는 불법적인 방식이다. 이렇다 보니 운행 전에 운전자의 상태가 어떤지, 규정된 휴식과 운전 시간은 준수를 하고 있는지 관리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지입제를 금지하고 현재 권장사항으로 돼 있는 운행 전 안전점검을 담당하는 교통안전관리자 제도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30대당 1명씩 교통안전관리자를 두고, 운행 전 충분한 휴식을 하고 안전운전이 가능한지를 점검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규정이 강력하다 하더라도 이를 준수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규정의 강화와 함께 철저한 단속을 통해 규정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기적으로는 과속 방지 장치, 졸음운전 경고 장치 등 각종 첨단 기술을 활용하면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러한 장치를 부착하는 데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따라서 지금은 없어진 교통안전계정을 부활해 지원 재정을 확충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대형 상용차와 택시에는 운전 습관에 해당하는 과속, 엔진 과회전, 급가속, 급제동 같은 자료를 실시간으로 저장·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운행기록계’의 장착이 의무화돼 있다. 그러나 운수회사의 반발에 밀려 이러한 자료를 단속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장착한 첨단 운행기록계를 단속과 교통안전관리에 사용하지 못한다면 이는 예산 낭비일 수밖에 없다. 사업용 차량에 대한 법·규정의 정비와 철저한 교통안전관리는 국민의 고귀한 생명을 지키는 최우선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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