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시 율면 석산리 부래미마을이 ‘함께 가꾸는 농촌운동’의 발원지 역할을 맡은 데는 농촌의 ‘깨끗함’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청정 체험마을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한때 연간 방문객이 3만 명에 달한 이 마을의 인기가 정화 활동의 취지와 잘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2003년 농림축산식품부의 녹색농촌 체험마을로 지정된 이후 천혜의 자연환경을 이용하기보다 ‘보존’과 ‘무위(無爲)’의 자세를 내세워 관광객을 유치해 온 점이 이런 면모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는 평가다. 계곡이나 암벽 등 타고난 즐길 거리는 없지만 자연 그대로의 편안함이 마을의 자랑거리다. 이기열 부래미마을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산세부터 바닥에 떨어진 돌 하나까지 어디 하나 모난 구석이 없다”며 “편안함에 매료된 관광객들이 우리 마을을 다시 찾는다”고 말했다.

실제 마을에 들어서면 정돈된 분위기가 금세 느껴진다. 혹시 악취가 생길까 농촌에서 흔히 보이는 축사 하나 두지 않을 만큼 환경 미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심지어 매점도 없다. 그 앞에서 술 마시고 화투 치는 모습이 마을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주민 의견을 받아들여 폐쇄했기 때문이란다. 20년 전 이곳에 정착한 김영국 부래미마을 체험마을 운영위원회 위원장은 “화가라는 직업상 예술활동을 하기 위해 여러 마을을 돌아다녔지만 이만한 곳이 없었다”며 “사람이 자연을 닮는다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역동적인 자연 체험 대신 인적 자원과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농촌 체험 프로그램은 이 마을의 또 다른 특징이다. 김 위원장은 “감자, 옥수수 등을 수확하는 농사체험은 물론 귀농한 주민 중 도자기, 염색기술 전문가를 초빙해 만든 체험 교실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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