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가난한 저를 차별 없이 돌봐주셨던 선생님들의 은혜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힘든 처지의 학생들에게 저의 스승들처럼 차별 없는 사랑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훌륭한 스승이 훌륭한 스승을 만들고 있다. 전건호(50) 대구상원고 교사는 지난 1999년 교직에 입문해 17년간 꾸준히 장애학생이나 한부모 가정, 기초생활수급 가정의 학생들을 열정으로 돌보고 있다. 방황하던 학생이 이제 어엿한 영어 교사가 된 모습에 전 교사는 흐뭇하기만 하다. 전 교사가 어려운 처지의 학생들에게 애정을 쏟는 이유는 학창시절 가난했던 전 교사를 살뜰히 보살펴 주신 스승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 때문이다.
그는 경북 봉화의 시골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 밑에서 넉넉지 못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전 교사는 “교사의 꿈을 꾸며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희망했지만 집안 어른들은 기술을 배워 취직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본래의 꿈을 접으려고 할 때 당시 담임교사가 나서서 부모님을 설득해 인문계 명문고인 안동고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는 “중학교 3학교 때 손병영 담임선생님의 격려가 아니었으면 교사의 꿈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 교사는 안동고 1학년과 3학년 때 담임이었던 강상문 교사에게 입은 은혜도 잊지 못했다. 전 교사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농사일의 돈벌이가 시원치 않자 아버지는 중동건설현장으로 일을 나가시고 어머니 홀로 5남매를 돌봤다”며 “강 선생님은 아버지 없이 어렵게 생활하는 우리 집의 안부를 틈날 때 물으시고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해결해주며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웠다”고 전했다. 전 교사는 자신의 결혼식에 강 교사를 주례로 모셨으며 안동고 동창들과 함께 해마다 강 교사를 찾아 사은회를 연다. 전 교사는 “강 선생님은 지금도 저와 친구들의 가족사항까지 기억하시고 일일이 안부를 물어보시는 애정이 많은 스승”이라고 말했다.
전 교사는 자신의 스승들을 본받아 제자들의 결핍을 채우는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2000년 경남 밀양의 세종고에 근무할 당시 한부모 가정의 학생인 김민재(가명) 군의 담임을 맡았다. 학업 성적도 좋고 활발한 성격까지 갖췄던 김 군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집안 형편까지 기울자 방황을 했다.
하지만 전 교사의 지도로 방황을 짧게 끝내고 수험생활에 다시 집중해 지금은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전 교사는 “학교 밖으로 돌며 방황하는 아이를 잡으러 밀양 시내를 뒤지고 다닌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마트 판매원으로 일하는 어머니의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끊임없이 설득하자 아이는 본래의 모범 학생으로 돌아왔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전 교사는 장애학생을 배려하는데도 남다르다. 그는 2013년 대구의 경북고에서 뇌성마비 학생인 최민영(가명) 군을 맡았다. 최 군은 학기 초에는 반에서 외톨이였다. 몸이 아파 다른 학생들과 농구도 축구도 할 수 없었던 탓이었다. 최 군의 교우관계를 고민하던 전 교사는 최 군이 노래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소풍이나 운동회에서 최 군이 반 대표로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아이는 재능을 인정받고 자신감을 되찾았고 친구들과의 사이도 나아졌다”고 자랑했다. 전 교사는 졸업 후 장애인 합창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 군과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격려하고 있다. 전 교사는 지금까지처럼 남은 교직 생활도 뛰어난 학생들보다는 소외당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더욱 힘을 쏟을 계획이다.
그는 “한부모나 빈곤 가정의 학생들은 교사가 곧 보호자”라며 “자식을 돌보는 마음으로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교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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