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근간이 돼왔던 기계산업의 한 축이었던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이 시급한 지금 또 한 축인 자동차산업에서도 적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그동안 큰 폭의 무역수지 흑자를 거뒀던 완성차의 대중(對中) 교역이 올해 1~5월 중 사상 최초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완성차의 대중 교역 적자는, 국내 업체들의 해외 생산 증가에 따른 수출 대체와 중국 업체의 경쟁력 강화에 따른 중국의 수입 감소, 그리고 가격과 경제성이 중시되는 소형 상용차의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증가에서 비롯됐다.
우리 자동차산업의 역사는 현대자동차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7년 창립한 현대자동차는 지난 50년 간 세계 자동차산업 역사에 남을 만한 성과를 내면서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5위 자동차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강자인 토요타, 폭스바겐, GM, 르노닛산의 혁신과 다크호스로 등장한 중국 기업의 약진은 현대차의 글로벌 시장 입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차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진정한 리더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해야 한다.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한 투자는 물론 세계 최고 기업들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현대차의 경우도 고급차와 친환경차를 개발하기 위한 투자와 이를 위한 국경을 초월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해야 한다.
지난해 800여 만대 매출 중 60% 이상을 해외에서 판매한 현대차는 이러한 해외 사업 활동에 걸맞은 글로벌 기업으로 재편돼야 한다. 글로벌 혁신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엔지니어링 기술과 글로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시장 기술이 필요하다. 현대차는 어느 정도 엔지니어링 기술을 갖춰 가고 있지만, 시장 기술 면에서는 아직 역부족이다. 즉, 현대차의 조직과 인력을 국외 시장을 읽고 대응하고 확장하기 위한 방향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현대차의 구성원 모두는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의 도전정신을 계승해 사업보국을 이루겠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현대차는 글로벌 1, 2위 업체인 토요타, 폭스바겐과 비교할 때 종업원 1인당 매출액, 영업이익, 생산성 면에서 상당한 격차가 있다. 그러나 1인당 평균 임금은 두 회사에 비해 높은 편이다. 현대차를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가격 경쟁력에서는 중국 기업이 훨씬 우위에 있다. 글로벌 자동차산업에서 현대차는 샌드위치가 돼 가고 있음에도 아직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이 일어나고 있어 안타깝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일정대로 진행되면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은 곧 활짝 열리게 되고 외국 자동차의 수입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세계 경기의 침체로 인한 현대차의 해외 판매가 부진하게 되면 해외에서 생산된 현대차가 국내로 역수출될 수도 있다. 이미 우리 기업 인수를 통해 진출한 해외 기업들도 국내 경쟁을 가열시키는 데 한몫 할 것이다. 곧, 현대차가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그나마 가지고 있는 국내 시장도 점차 잃을 수 있고 우리나라 자동차산업도 조선산업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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