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환(왼쪽)·윤광조 작가가 7월 27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고 장욱진 화백의 1984년 작품을 사이에 놓고 추억담을 나누고 있다. 작품은 장 화백의 흙도판 위 못그림을 윤 작가가 화장토로 마무리한 것이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오수환(왼쪽)·윤광조 작가가 7월 27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고 장욱진 화백의 1984년 작품을 사이에 놓고 추억담을 나누고 있다. 작품은 장 화백의 흙도판 위 못그림을 윤 작가가 화장토로 마무리한 것이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윤광조·오수환 ‘놀다 보니 벌써 일흔이네…’ 展

오수환, 변화, 300×200㎝, 캔버스 위에 오일, 2009.
오수환, 변화, 300×200㎝, 캔버스 위에 오일, 2009.
“오 대인(오수환 화백을 지칭)을 장욱진 선생님의 현대화랑 도화전에서 처음 만났으니 벌써 40년 정도 됐네요. 참 줄기차게 만나서 술도 많이 마시고, 얘기도 많이 나누었어요.”

7월 27일 ‘놀다 보니 벌써 일흔이네:유희삼매(遊戱三昧) 도반 윤광조·오수환’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만난 윤광조 작가는 “놀지도 못했는데 벌써 일흔”이라며 즐거운 표정으로 오래전 고인이 된 장욱진(1917∼1990) 화백 그리고 오 작가와의 추억담을 털어놓았다. 윤 작가는 동갑내기인 오 작가를 1978년 현대화랑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도화전에는 장욱진 화백이 그림을 그려 넣은 윤 작가의 분청사기 작품들이 전시됐다. 장욱진은 박수근·이중섭과 함께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의 거장 중 한 명으로 가족이나 나무, 아이, 새 등 일상에 흔한 소재들을 통해 한국적 추상화의 한 이정표를 세웠다.

“전통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의기투합했어요. 특히 장 선생님이 우리 두 사람을 많이 아껴주셨던 기억이 나요. 우리 둘이 모두 술을 잘 마셨고, 선생님도 두주불사형이었기 때문에 더 가까워졌던 것 같습니다.”

오 작가는 윤 작가와의 첫 만남을 그렇게 회상했다. 지금 두 작가의 입지는 독보적인 경지에 올라 있다.

윤광조, 혼돈, 67×19×28㎝, 적점토 도판에 화장토 흘림, 귀얄, 뿌리기, 2008.
윤광조, 혼돈, 67×19×28㎝, 적점토 도판에 화장토 흘림, 귀얄, 뿌리기, 2008.
윤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 그리고 미국 필라델피아와 시애틀 등 국내외 대형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한국의 도자 작가 가운데 국제적으로 가장 명성이 높다. 특히 물레 대신 손으로 직접 빚은 도자 판이나 그릇 등에 흰 화장토를 발라 흘러내리는 기법으로 만든 최근작들은 도자에 회화성과 조각성이 가미돼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오 작가는 서예 등 우리 전통을 서양화로 승화시킨 작가로 유명하다. 세계적 화상이 세운 프랑스 매그재단 초대로 3개월 동안 작업을 했고 전시회도 열었다. 근래에 들어 오 작가는 단색조 그림과 ‘기호 추상화’를 이어 붙인 작품으로 인간의 복층적이고 중층적인 의식구조를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실 무명작가였던 제가 화단에 이름을 알린 것도 장 선생님이 그림을 그려 넣은 분청사기의 도예가가 윤광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지요.”

‘놀다 보니 벌써 일흔이네’라는 전시명을 지어준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은 “장 선생은 두 작가의 역량을 진작 알아보고 격려했다”며 “지성(至誠)의 후배로 보았고 스스로 선택한 길에 ‘열심히 그리고 또 열심히’ 매달리는 타고난 체질을 눈여겨봤다”고 말했다.

조각과 회화라는 다른 길을 걸었지만 그들의 우정은 40년 가까이 이어져 오다 결국 이번 2인전으로 꽃을 피우게 됐다. 오 작가는 경주 자옥산 숲에서 작업하는 윤 작가를 ‘윤 도사’라고 부른다. 오 작가는 요즘도 1년에 몇 차례 경주로 내려가 윤 작가와 인생과 예술에 대해 얘기하며 ‘술’로 회포를 푼다고 했다.

“주량은 비록 줄었지만 이번에도 전시를 앞두고 연일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특히 나는 술 마시면 떠들고 발산하는 스타일인데 저 친구 오 대인은 부처바위처럼 조용해서 잘 맞았습니다.”

두 사람 다 애주가이기 때문일까. 장 화백에 대한 추억을 묻자 오 작가가 술과 관련된 얘기를 들려줬다. “선생님은 신선처럼 사셨어요. 평생을 자연 속에 거주하시며 속세의 진흙에 일절 발을 담그지 않은 채 오로지 ‘술과 작업’밖에 모르고 사셨죠.”

오는 21일까지 이어질 이번 전시에서 두 작가는 자신의 예술 인생과 철학을 한눈에 보여줄 작품 40여 점씩을 엄선해 소개한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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