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버라이즌, AOL·야후 인수
종합미디어 플랫폼 기업 추구

日 소프트뱅크, ARM 인수
IoT 기술 표준 선점에 주력

SKT-CJ헬로비전 M&A 실패
국내업체 새 전략 못찾아 난항


글로벌 이동통신 시장에서 ‘탈(脫) 통신’ 바람이 불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해외 이통사들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통해 ‘성장 절벽’에 부딪힌 이통 사업에서 벗어나 신성장동력 모색에 나서고 있다. 마침 국내 이통사 SK텔레콤과 케이블 방송사 CJ헬로비전의 M&A가 정부의 불허로 중단된 직후에 나타난 것이어서 묘한 대비를 이룬다.

이런 가운데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국내 이통사들의 성장 절벽도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M&A에 실패한 SK텔레콤은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0.3% 증가했다고 밝혔다. KT가 그나마 나아 전년 동기 대비 4.5% 매출이 증가했으나 금융(BC카드)과 콘텐츠(KTH, 나스미디어) 등 계열사들의 매출을 뺀 개별 실적으로는 0.2% 성장에 그쳤다. SK텔레콤의 경우 개별 실적으로는 매출이 오히려 1.6% 감소했다. SK텔레콤의 경우 미디어 사업을 담당하는 SK브로드밴드의 매출이 연결 매출을 플러스(+)로 만들었다. 전통적인 통신의 영역에서 벗어난 계열사들의 성장이 두드러졌다는 의미로 국내에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 무산과 별도로 탈통신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28일 실적발표와 함께 진행된 SK텔레콤 콘퍼런스콜에서 투자자들의 질문이 자회사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11번가의 성장성에 쏠린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2일 관련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1위 이통사 버라이즌은 지난해 온라인 콘텐츠 기업 AOL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 야후의 인터넷 사업을 인수했다. 인수 대상은 야후 뉴스, 야후 금융 등 뉴스 콘텐츠 분야다. 동영상 중심 블로그 텀블러, 사진 공유 서비스 플리커 등도 포함된다. 버라이즌은 AOL과 야후를 통합해 운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통신 사업자가 탈통신 전략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한 시도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 버라이즌은 자체 통신 인프라와 AOL의 콘텐츠, 야후의 트래픽을 더해 종합 미디어 플랫폼 기업으로 방향성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팀 암스트롱 AOL CEO는 버라이즌이 야후 인수 발표 직후 인터뷰에서 “미디어 시장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규모의 경제”라고 이번 인수의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영국의 반도체 설계 업체 ARM(암)을 인수했다. ARM은 생산 공장이 없이 칩 설계도만 개발해 제조기업들에 로열티를 받는 팹리스(Fabless) 업체다. 이 때문에 경기 흐름에 따른 여파가 적고 마진율이 높다. 삼성전자, 애플, 퀄컴 등이 모두 ARM 아키텍처에 기반을 둔 주요 칩을 생산한다.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의 95%가 ARM의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AP를 탑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가 ARM 인수를 통해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표준을 선점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IoT는 모든 기기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작동시키는 기술로 이를 구현하려면 기기마다 저전력 반도체 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ARM은 저전력 반도체로 모바일 시장에서 인텔을 제치고 새로운 반도체 강자로 자리를 잡은 바 있다. 특히 소프트뱅크는 미국 4위 통신회사인 스프린트와 미국 단말기 공급사 브라이스타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상황을 돌아보면 암울하다는 평가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가 최근 좌절된 가운데 국내 업체들은 신성장 동력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IoT 등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는 있지만 이제 막 생태계 구축을 시작한 단계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사상 처음으로 이통 3사가 동시에 매출이 하락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는 통신사업자가 미디어 플랫폼으로서 도약하고 콘텐츠 사업을 강화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려고 했던 시도였다”면서 “이미 구글과 페이스북, 유튜브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기업들과 경쟁할 새로운 동력을 찾지 못하면 국내 기업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임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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