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1998년), ‘봄날은 간다’(2001년) 등 멜로 영화로 관객들의 기억에 각인돼 있는 허진호 감독이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인 덕혜옹주(1912∼1989)를 스크린으로 불러낸 이유다.
3일 개봉하는 영화 ‘덕혜옹주’는 열세 살 어린 나이에 일제에 의해 일본으로 끌려간 고종황제의 막내딸 덕혜옹주의 한 많은 삶을 그렸다.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권비영 작가가 2009년에 쓴 동명 소설 속 등장인물과 허구의 내용을 가미해 완성했다. 또 영화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소설에 나오지 않는 설정도 넣었다. 손예진이 타이틀 롤을 맡았으며 박해일이 덕혜옹주를 보필하는 김장한을 연기했다. 또 윤제문, 라미란, 백윤식, 정상훈, 박수영 등 연기파 배우들이 조연으로 출연했다.
1일 서울 종로구 창성동 한 카페에서 문화일보와 만난 허 감독은 “덕혜옹주 관련 다큐멘터리를 본 후 8년 동안 영화화 작업을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그동안 제 영화들은 1∼2년 정도의 시간적 흐름을 녹여냈어요. 그러다 보니 오랜 시간이 흐른 후의 만남에 관심을 갖게 됐고, 다큐멘터리를 통해 덕혜옹주라는 인물이 지닌 매력에 빠져들었어요. 바로 영화화하려 했지만 주변의 반대에 부딪혔죠. 덕혜옹주라는 인물이 그리 인지도가 높지 않고, 여주인공을 내세운 영화의 흥행에 대한 우려 때문이에요. 그러다가 동명 소설이 100만 부 넘게 팔리는 힘을 보고 영화로 만들 자신감이 생겼어요.”
덕혜옹주의 고독한 삶을 절절하게 풀어내며 잔잔한 감동을 전하는 이 영화는 그가 우여곡절 끝에 고국으로 돌아오는 공항 장면에서 감정을 고조시키며 큰 울림을 선사한다.
“그 장면을 촬영하며 저도 울컥했어요. 조연출이 보조출연자들에게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한 후 바로 촬영에 들어갔는데 덕혜옹주가 등장하자 현장이 눈물바다가 됐어요. 여러 번 다시 찍었는데 그분들이 매번 우시는 것을 보고 제가 원하던 정서적 울림이 완성됐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하지만 개봉 전부터 ‘영친왕 망명 작전’ 등 허구로 만들어낸 몇몇 장면들에 대한 ‘역사 왜곡’ 논란 조짐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허 감독은 “영화적으로 만들어진 부분이 정당성이 있고,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면 허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극화 과정에서 덕혜옹주를 영웅시하지 않았고, ‘그랬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제 소망과 ‘그랬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담아 몇몇 설정을 만들었기 때문에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으로 믿어요.”
그는 또 여름 흥행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다른 영화들과 차별성을 지닌 작품으로 다가가길 바랐다.
“비극적인 삶을 산 인물에 관한 영화지만 관객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영화가 쏟아지고 있지만 덕혜옹주가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 ‘이 영화는 꼭 봐야겠구나’ 하는 반응을 이끌어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