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봉 고려대 교수·교육학, 前 세계은행 컨설턴트

세계적 명문 대학인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해리스맨체스터대에는 만 21세 이상의 성인만 입학할 수 있다. 만 18세 적령기 학생들을 입학시키는 다른 단과대학들과 달리 사회생활 경험이 있는 성인학생들을 위한 학문적이고 사회적인 환경을 특별히 제공하는 단과대학이다. 또한, 옥스퍼드대는 평생학습과 직장인의 학위 과정을 위한 켈로그대도 운영하고 있다.

한국판 성인대학인 이화여대의 ‘미래라이프대’ 설립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해 농성을 계속하자, 최경희 총장이 1일 “관련된 향후 일정을 모두 중단하고 널리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직업계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등을 졸업하고 3년 이상 직장생활을 한 여성이나, 30세 이상의 경력단절 여성들이 지원할 수 있는 이화여대 미래라이프대는 옥스퍼드대의 해리스맨체스터대나 켈로그대처럼 평생교육 차원에서 고등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준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인문계 고교를 택하지 않고 직업계 고교를 택하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바로 진학하지 않고 직장을 택하는 것은 소질과 적성 또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거나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배움의 욕구를 강하게 느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런 여성들로 하여금 양질의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게 성인대학의 취지다.

세계경제포럼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발표한 ‘직업과 스킬의 미래: 제4 산업혁명시대의 고용, 스킬과 노동력 전략’에서, 2015~2017년에 산업과 비즈니스의 직업 세계에 변화를 줄 요인 중 하나로 ‘여성의 포부 상승과 경제력의 상승’을 꼽았다. 즉, 여성의 포부와 경제력 상승은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고교 시절에 열심히 입시를 준비해 대학으로 직행할 수 있었던 명문대 학생이라면, 그렇지 못한 직장인들의 포부 상승을 포용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사는 바람직한 자세다.

고졸인이 직업생활을 통해 포부가 커지고 경제력도 좋아졌다면 그들에게 면학 기회를 주는 것은 평생교육을 진흥해야 하는 국가의 헌법적 책무이자 대학의 사회적 책무다. 그런데 왜 한국의 명문대 학생들은 성인단과대 설립을 반대할까.

첫째, 초·중·고 교사 양성 과정과 재교육 과정에서 평생학습사회의 교육철학을 제대로 교육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중·고교 시절에 평생교육철학을 공유하는 교사들과 제대로 교감해 평생교육철학이 정립됐다면, 대학생이 돼 평생교육을 진작하는 성인단과대 설립을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둘째, 초·중·고는 물론 대학에서 직업철학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소질과 형편에 따라 ‘선취업 후진학’할 수 있고, ‘선진학 후취업’할 수도 있다. 직업철학과 직업관이 확고한 대학생이라면 같은 또래 직장인의 포부 상승을 존중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직장인을 위한 단과대가 대학생들에 의해 배척당할 일이 없을 것이다.

셋째,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역량이 학교교육 과정에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첨단 기술사회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기 위한 창의성을 개발하고, 글로벌 사회에서 더불어 살 수 있는 상생의 철학과 공생의 기술 학습을 한 학생이라면, 창의와 공생의 패러다임을 보여줄 단과대학의 설립을 결코 반대할 명분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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