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세법 개정안으로 촉발된 정치권의 증세(增稅)론이 ‘잘못된 목표를 겨냥한, 잘못된 화살’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의 경기 상황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세금을 늘리겠다는 당초의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 채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만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기획재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OECD가 2013년 소득 기준으로 27개 회원국을 조사한 결과 총조세 대비 법인세 비중은 한국이 14.0%로 노르웨이(20.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한국 다음으로는 뉴질랜드(13.8%) 룩셈부르크(12.4%) 이스라엘(11.1%)이 뒤를 이었다. OECD 평균은 8.3%였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기재부에 제출한 ‘국제비교를 통한 우리나라 주요 세목별 세 부담 수준의 결정요인 분석’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3년 우리나라의 경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3.51%로 OECD 평균 2.92%를 상회했다. 이는 34개 OECD 회원국 중 7번째로 높은 수치다.
2014년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OECD 가입 34개국의 법인세 명목세율 변화를 분석한 결과, 인하한 나라는 영국·프랑스·일본·스웨덴·한국 등 16개국이었으며, 인상한 나라는 그리스 등 7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중요한 것은 조세 감면 등을 제외한 기업의 실질적인 부담을 나타내는 법인세 실효세율의 변화다. 기재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일반기업(대기업 포함)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2014년 18.9%로 높아지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2013∼2014년 12.5∼12.6%로 낮아진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더욱이 최근 정부가 기업과 관련된 조세 감면을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법인세 실효세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공식적인 전망이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법인세는 상위 10% 기업이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소득세 수입은 총조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대로 24%인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그러나 세 부담은 고소득자에게 집중돼 있다. 예컨대 근로소득세의 경우 과표 8800만 원 초과자가 전체의 1.6%인 27만여 명인데, 이들이 전체 소득의 10% 가까이 차지하지만 전체 세액의 40%(10조3000억 원)를 내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전체 납세 대상자 중 48%(802만 명)가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근소세 면세자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는 모든 조세 정책이 ‘백약이 무효’가 된다.
증세론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경기 활성화 정책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경기나 일자리 상황을 볼 때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고, 그래서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며 “현시점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법인세율이나 소득세율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더민주의 증세론이 현실화할 경우 대기업이 해외 투자를 늘리면서 국내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