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가 올랐지만 공급가 그대로… 서점만 살찐다”
“중소서점 남는 것 없어… 적정 공급률 폭 정해야”
지난달 책 공급률을 둘러싸고 국내 대표적 종합출판사인 문학동네와 서점계가 갈등을 빚으면서 2014년 새로운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 업계 최대 현안이었던 공급률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도서공급률은 출판사가 서점에 책을 납품하는 가격의 정가 대비 비율을 말한다. 출판사가 정가 1만 원인 책을 서점에 7000원에 주면 공급률은 70%가 된다. 이번 사태는 문학동네가 도매상에 대한 책 공급률을 원래 60%에서 63%로 인상하려 하자 중소 서점업계가 반발하면서 불거졌다. 결국 문학동네가 중소 서점을 위해 한발 물러서 도매상 공급률을 종전대로 60%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업계의 복잡한 속사정을 모르는 일반 독자의 눈에는 대형 출판사와 중소 서점 간 일방적 권력구도로 인한 문제로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공급률 문제는 개별 출판사의 돌출적인 문제도 아니다. 이번 공급률을 둘러싼 갈등·대립은 2014년 11월 도입된 새 도서정가제 이후 비로소 시작된 출판 시장의 새로운 판짜기의 본격적 시작으로 봐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개별 출판사들이 도서공급률을 몇 % 올렸는가가 아니라 책 시장 구조가 2년째에 들어선 도서정가제의 원래 취지에 맞게 변화하고 있는가, 이에 따라 도서정가제 도입에 따른 혜택이 출판사, 서점, 그리고 독자라는 세 주체에게 고루 돌아가고 있는가에 맞춰져야 한다.
◇도서공급률 갈등 왜? = 국내 단행본 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회장 윤철호)는 도서공급률 조정은 개별 출판사가 개별 서점을 상대로 벌이는 협상이기에 정확하게 집계하긴 어렵지만 올해 들어 대략 50여 개 출판사가 도서공급률 조정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박효상(사람in 대표) 출판인회의 유통위원장은 “물론 현재 공급률 조정이 중규모 이상 출판사들 중심으로 이뤄졌고, 소규모 출판사나 1인 출판사들은 아직 협상에 나서지 못한 경우가 많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일단 긍정적인 출발”이라고 평가했다. 공급률은 출판사별로, 또 한 출판사에서도 분야별로 다 달라 일괄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인터넷·대형 서점의 경우 평균적으로 기존의 60%에서 65%로, 도매의 경우 60% 선으로 조정 및 유지됐다. 주요 대형 출판사의 경우 인터넷 서점 70%, 도매상 최고 65%까지 인상한 경우도 있다.
공급률 문제는 2014년 11월 새로운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혀왔다. 새 도서정가제의 골자는 신간(新刊), 구간(舊刊) 가리지 않고 모든 책의 할인율은 최대 15%로 규정하는 것이다. 새 도서정가제 도입 이전에는 출간 18개월 미만인 신간에 한해서만 최대 19% 할인율이 적용됐다. 구간의 경우 정가제 적용을 받지 않아 인터넷 서점을 중심으로 반값 할인은 물론 80∼90% 이르는 광폭 할인까지 이뤄져 책 시장 전체를 왜곡시켰다. 출판사로서는 인터넷 서점의 무리한 할인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었고, 할인율을 미리 계산해 책값을 매기게 되면서 책 가격에 거품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할인 경쟁으로는 가치 있는 책 시장을 만들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새 도서정가제가 도입됐다. 자유시장 원칙을 거스르는 정가제는 결국 책이 갖는 공공재적 성격을 우리 사회가 인정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새로운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 할인 폭이 대폭 줄어들면서 발생한 이익이 어디로 갔느냐이다. 정가제로 실질적인 책 판매 가격이 올라갔지만 출판사의 공급률은 그대로 유지돼 이익이 고스란히 서점으로 돌아갔다.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 출판시장이 위축돼 책 판매가 줄어들었지만 서점은 엄청난 영업이익을 올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대한 논의가 벌어지면서 지난해 말 교보문고가 선도적으로 온라인 공급률을 인상해 오프라인 공급률과 단일화하는 조치를 취했고, 출판인회의가 온라인 서점 시장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예스 24에 어린이책의 경우 공급률 5% 인상, 일반 단행본의 경우 65% 공급률 가이드라인을 제안하면서 본격적인 조정이 시작됐다.
◇책값 인하 그리고 중소 서점 = 업계에서는 현 시점에서 65% 정도를 합리적인 공급률로 보고 있다. 책 가격을 1만 원으로 보면 서점은 현행법상 15% 할인해 8500원으로 판매하게 된다. 출판사가 공급률을 정가의 65%인 6500원에 공급하면 서점은 2000원의 이익을 가져간다. 출판사는 저자 인세 10%인 1000원, 제작비 4000원을 빼면 대략 1500원 정도의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하지만 책 판매 규모가 줄어들면서 인문서의 경우 1쇄도 소화하지 못해, 제작비를 건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인문서의 경우 공급률이 70%, 상업성이 거의 없는 계간지의 경우 75% 선이어도 출판사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해도 결국 도서정가제 도입에 따른 공급률 조정은 장기적으로 도서정가제 도입의 당초 취지인 책값 인하로 이어져 독자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주연선 은행나무 출판사 대표는 “올해 말 서점과 출판계의 결산이 나와봐야겠지만 전반적으로 책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주 대표는 “베스트셀러 목록만 봐도 이전에는 할인에 의존했던 구간이 베스트셀러 목록을 장악한 반면, 최근에는 신간들이 더 눈에 띄는 식으로 선순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공급률 조정으로 서점으로만 쏠렸던 혜택도 다소 정상화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편 도서정가제 도입으로 인터넷 서점의 광폭 할인이 불가능해지면서 동네 서점이 경쟁할 계기가 마련된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이후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서 특색 있는 작은 서점들이 잇달아 문을 열고 있다. 하지만 박대춘 한국서점연합회 회장은 동네 작은 서점이 살아나도록 하기 위해 표준 공급률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동네 작은 서점들은 도매상을 통해 책을 공급받는데, 도매상은 평균적으로 책 가격의 60%에 공급받아 동네 서점에 70%에 공급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에 온라인부터 동네 서점에 이르기까지 공급률을 표준화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온라인 서점과 동네 서점의 공급률이 같을 순 없다고 해도 최소 얼마에서 최대 얼마라는 식의 적정 공급률 폭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새 도서정가제 이후 지나치게 확대된 중고시장이 일종의 신간 할인시장으로 둔갑한 것 등은 업계가 함께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대형 서점부터 동네 서점까지,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 모두 같은 공급률이 적용되는 독일식 공급률 정가제”를 제안했다. 백 대표는 “시장 안에서 누가 몇 %를 더 가져가는가가 아니라 전체 시장을 키워내야 한다”며 이렇게 상황이 정리돼야 완전정가제 논의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