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야후 뉴스는 7월 18~21일과 25~28일 각각 열린 공화·민주당 전당대회 주요 연설자들의 의상 속에 숨어 있는 정치적 함의를 지난 1일 분석, 보도했다. 먼저 7월 28일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하기 위해 무대에 등장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선택한 의상은 흰색 바지 정장이었는데, 흰색은 20세기 초 여성 참정권 운동을 대표하는 색이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주요 정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면서 ‘유리 천장’을 깬 순간을 기념하는 의미였다. 클린턴이 착용한 바지 정장은 ‘강력한 지도자’를 상징한다고 야후 뉴스는 분석했다. 같은 날 미국 최초 여성 하원의장을 역임한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전투복’인 바지 정장을 입고 연설자로 등장했다.
7월 21일 마지막 연설자로 등장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전형적인 비즈니스맨을 상징하는 남색 정장 차림이었다. 기업가 이미지를 강조한 것으로, 넥타이는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 색을 택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에 “1971년 봄, 한 소녀를 만났다”로 시작되는 연설로 부인인 클린턴 전 장관과의 인연을 풀어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넥타이를 맸다. 남성 연설자들은 넥타이를 통해 정치적 색깔을 드러낸 셈이었다.
최대 관심사는 주요 여성 연설자들의 드레스였다.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는 전당대회 첫날 소매 부분이 부풀어 있는 흰색 드레스를 선보였는데,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세르비아 출신 디자이너 록산다 일린칙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무대에 오른 영부인 미셸 오바마는 민주당을 상징하는 짙은 파란색 드레스를 택했다. 이 드레스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크리스천 시리아노 작품이다. LA타임스는 “미셸이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로키’ 패션을 택했다면, 멜라니아는 첨단 고급 패션(high-style)을 선보였다”면서 “전당대회 첫날 연설자부터 패션에서 상당한 대조를 이뤘다”고 평했다.
전당대회 마지막 날 클린턴 전 장관과 트럼프를 각각 소개했던 딸들의 패션 전쟁도 만만치 않았다. 클린턴 전 장관의 외동딸 첼시가 선택한 드레스 색깔은 짙은 빨간색으로, 지난 5월 여배우 제시카 알바가 착용했던 2215달러(약 246만9500원)짜리 디자이너 롤랑 뮤레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야후 뉴스는 “첼시가 자신의 조용하고 겸손한 성격을 잘 보완해 줄 수 있는 강력한 색깔의 드레스를 택했다”고 평했다. 반면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가 선택한 옷은 옅은 핑크색 드레스로, 자신의 이름을 딴 의류 브랜드 ‘이방카 트럼프’가 만든 드레스였다. 잡지 ‘배니티 페어’에 따르면 미국 백화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이 드레스 가격은 158달러(약 17만6100원)다. 저렴한 가격의 부드러운 색 원피스를 입은 것은 친근한 이미지로 서민에게 다가가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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