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로 삼성전자 삼성디지털시티 수원사업장 센트럴 파크에서 직원들이 주짓수(왼쪽 사진부터), 팝아트, 바이올린 등 다양한 ‘런치 클래스’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로 삼성전자 삼성디지털시티 수원사업장 센트럴 파크에서 직원들이 주짓수(왼쪽 사진부터), 팝아트, 바이올린 등 다양한 ‘런치 클래스’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 ② 삼성전자 ‘수원 센트럴 파크’

“이대로는‘퍼스트 무버’불가능”
반바지 출근에 직급 대폭 축소
획기적 변화로 경쟁력 갖추기

주짓수·팝아트·바이올린 배워
‘런치클래스’등 문화 변신 시도


# 1.‘아 아!’ 여기저기서 짧은 비명 소리. 매트에 누운 사람이 자신의 다리로 삼각형을 만들어 상대방의 경동맥을 조르는 브라질 무술 ‘주짓수’의 ‘트라이앵글 초크(triangle choke)’ 기술 연습이 한창이다. 삼성전자 주짓수 동아리 회원인 구정환 과장은 “스트레스를 날리고 짧은 시간에 운동 효과가 최고”라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 2. 형형색색의 물감을 칠한 붓을 들고 누군가의 얼굴 그리기에 여념이 없다. ‘팝아트’를 배우고 있는 직원들이다. 박선혜 네트워크사업부 직원은 “잡념 없이 집중할 수 있고, 내 작품을 집에 가져가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눈빛이 사뭇 진지했다. 팝아트를 지도하는 허경수 계원예대 외래교수는 “모두 자화상이나 가족의 얼굴을 그리고 있어 애착이 남다르다”면서 “50분 진행되는 ‘런치 클래스’에서 내는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다”고 설명했다.

# 3. 바이올린 교실에서도 열기가 뜨겁다. 아직은 ‘주먹 쥐고 손뼉 치고(Go Tell Aunt Rhody)∼’로 시작되는 동요를 연주하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나중에 수준이 올라가면 삼성디지털시티필하모니의 단원이 될 수도 있다. 무선사업부 강남진 씨는 “딸(9세)이 배우고 있어 시작했다”며 수줍어했다.

2일 정오 무렵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로 삼성전자 삼성디지털시티 수원사업장 센트럴 파크의 풍경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취미활동을 하는 ‘런치 클래스’는 이처럼 알차게 진행되고 있었다. 센트럴 파크를 단순히 최고 직장의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복지’로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곳은 삼성전자가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 추구하고 있는 스타트업 조직문화의 전진기지다. 스타트업처럼 쉬고, 때로는 ‘브레인 스토밍’을 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기 위한 공간이다.

지난 5월 문을 연 이곳에 들어서자 눈에 확 들어온 것은 반바지 차림의 직원들이었다. 어림잡아 직원 4명 가운데 한 명은 반바지 차림으로 가늠될 정도였다. 일하러 온 사람들이라기보다 ‘마실 나온 사람’들 같아 보였다. 삼성이 컬처 혁신을 선언한 이후 눈에 보이는 가장 두드러진 모습 같았다. 불과 1년 전 여름에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센트럴 파크는 연면적만 12만3170㎡(3만7259평)로 지상공원, 지하 1층 광장, 지하주차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하 1층 광장에는 편의점, 밴드 음악 동호회까지 연주할 수 있는 동호회 시설물, 센트럴 파크 부지 확보를 위해 헐린 삼성전자 연구소(R1, R2)의 과거를 되짚어볼 수 있는 히스토리존,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C랩(C-Lab)존 등이 마련돼 있다.

삼성은 올해 조직문화를 싹 바꾸겠다고 나섰다. 3월에는 대대적인 선포식이 있었고, 6월에는 현재 7개 직급을 4단계로 줄이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인사제도 개편안이 발표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일련의 컬처 혁신 과정에서 ‘무엇을 바꿀 것인가’보다 ‘왜 바꾸는가’에 대해 직원들과 더 소통하고 공감하고 싶어 한다는 후문이다. ‘반바지’와 ‘호칭’ 등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는 스타트업처럼 빠른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게 삼성 수뇌부의 생각이다.

권오현 부회장 등 삼성전자 공동대표이사 3인방은 최근 내부 게시판에 ‘하반기 CEO 메시지’에서 “5년, 10년 뒤에도 삼성전자가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존재하고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시대에 현재의 조직문화로는 삼성이 추구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주도로 선제적 사업 재편이 이뤄졌고 여기에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뒤따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감이 묻어 있다.

수원 =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방승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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