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경찰은 미국의 최대 인기 스포츠인 미식축구리그(NFL)가 열리는 날이면 오후 8시를 주시했다. 지금은 연고팀이 없지만, 당시 LA를 연고로 했던 ‘LA 램스’가 지고 있는 날은 여지없이 범죄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LA 경찰의 이 같은 예측은 미 서부 명문대학인 남가주대(USC)에서 만든 ‘범죄지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범죄지도에 따르면 NFL 경기가 있는 날, 연고팀이 지고 있는 경우 오후 8시 정도가 되면 경기에 실망한 지역민들이 대거 쏟아져 나와 맥주를 마실 확률이 급격히 높아졌다. 이어 패배에 대한 분노와 술이 어우러지고, 우범 지역이라는 상황이 더해져 범죄가 발생할 확률이 급상승했다. 범죄 발생 기록과 스포츠 경기 기록 등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예측결과를 도출해 낸 것으로, 이는 단순한 범죄 관련 데이터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시스템이다.
동국대는 이 같은 현대 융·복합 추세에 적합한 인재 양성을 위해 전공과 관계없이 전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이를 위해 동국대는 인문·사회·예체능·자연계열 등 공과대를 제외한 학생들 전원에게 ‘소프트웨어와 미래사회’ 과목을 교양필수로 지정해 수강토록 했다. 동국대는 최근 융합교육 역량을 바탕으로 미래과학부가 주관하는 ‘2016년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육성사업’에 선정돼 최대 106억 원 규모의 사업비를 지원받는다. 이를 통해 동국대는 소프트웨어학과 규모를 현재 125명(전체 정원대비 15%)에서 220명(27%)으로 확대하고, 7개의 소프트웨어융합 연계전공도 운영하기로 했다. 이 중에서 범죄과학 소프트웨어 연계전공(경찰행정학과)과 로봇융합 소프트웨어 연계전공(기계로봇에너지공학과), 문화예술 소프트웨어 연계전공(예술대학) 등은 동국대가 강점을 갖는 분야다.
두일철(컴퓨터공학과 교수) 융합소프트웨어교육원 교수는 “USC의 범죄지도는 폭력에도 본성이나 본질이 있다는 범죄사회학적 측면과 이와 관련한 수많은 데이터, 그리고 이를 체계화할 소프트웨어 기술이 결합해 나온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두 교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공학자가 단순히 프로그램만 만들 줄 아는 것을 넘어서 사회·정치·문화적 소양과 지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이를 프로그램 제작 지식과 결합해 전혀 새로운 분야를 창조해 낼 수 있다”며 “이 같은 인재를 키우려는 것이 바로 동국대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동국대는 최근 융합소프트웨어교육원도 신설해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교육원은 오는 10월 융합소프트웨어연계전공 학생들을 모집할 예정이다. 현재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계전공 수업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동국대가 가장 자랑하는 경찰행정학과의 연계전공 과목인 범죄과학 소프트웨어 연계전공의 경우 최신 수사기법과 프로파일링 등 경찰행정 및 범죄 관련 학문에 최신 IT 기술과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접목했다. USC의 범죄지도도 이 같은 학문적 융합을 통해 창조된 결과물이다.
문화예술 소프트웨어 연계전공은 전통적 문화예술 분야인 공연, 영화, 애니메이션 등에 새로운 미디어인 디지털과 인터넷, 모바일을 연계해 새로운 교과목을 만들었다. 동국대는 이를 바탕으로 배우들과 함께 춤추는 공연용 드론을 뮤지컬에 활용하는 등 증강현실(AR)과 실시간 영상합성, 영상 트레킹 기술을 활용한 공연 및 전시형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강우 융합소프트웨어교육원장은 “한태식(보광 스님) 총장의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융합소프트웨어 교육 사업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정부의 예산과는 별도로 올해 학교에서 6억 원의 자금을 배정해 지원해 준 덕분에 힘있게 사업을 추진해 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임대환·정유진 기자 hwan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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