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중국…’펴낸 심재훈 교수

학술성격 강한 동아시아고대사
1년간 페이스북에 역사학 연재
논문 독자의 10배 이상 될 것


페이스북을 통해 동아시아 고대사를 연재해 책으로 펴낸 심재훈(54·사진) 단국대 사학과 교수. 50대 중반에, 대체로 가벼운 소통창구로 이용되는 페이스북에 ‘전문적인’ 역사학 글을 오래 연재하기란 쉽지 않다. 심 교수는 지난 1년간 연재한 글을 모아 ‘고대 중국에 빠져 한국사를 바라보다’(푸른역사)를 최근 펴냈다.

“처음엔 제 전공인 중국 고대사의 글에 대해 이렇게까지 관심을 보일 줄 몰랐어요. 한국 고대사를 다룰 때는 민감할 수도 있겠다고 예상했는데, 별다른 악성 댓글 없이 진지하게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한번 살펴봤더니 제 페이스북을 찾는 분의 30% 정도가 박사학위를 가졌더군요. 페이스북에서도 지성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는 걸 보았습니다.”

3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그는 “학자로서 학문성과 대중성을 함께 추구하는 가능성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했다”고 말했다. “신문에 글을 쓰는 건 경쟁도 심할뿐만 아니라 그러다 보니 무슨 ‘시혜’를 받듯이 여겨지죠. 세계적인 학술지들에 5편, 한글로도 심혈을 기울인 논문을 30여 편 발표했지만, 그걸 몇 명이나 볼까 생각하면 아찔해요. 내가 발표한 논문의 독자가 10명 이내라면, 적어도 페이스북에서는 그보다 10배는 될 것 같아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이날 현재 그의 페이스북(Jae-hoon Shim)은 ‘친구’가 2300명, ‘팔로어’가 700명을 넘어섰으니, 간단한 독자층이 아니다.

심 교수는 단국대 사학과를 나와 미국 시카고대에서 중국 서주사(西周史)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국내에서 드문 ‘중국 고대사’ 연구자다. 페이스북에선 학술논문에서보다 자유롭고 ‘힘을 뺀’ 글쓰기가 가능해 반응이 컸을 것이다. 심 교수는 사학 공부와 유학과정, 미국 대학의 연구풍토와 국내 사학계의 폐쇄적 문화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또 한국사학계의 첨예한 쟁점들에 대해 서구사학계의 ‘실증주의적’ 시각에 자신의 견해를 더하면서 독자들이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특히 한국 고대사 연구에 대한 지적은 들어볼 만하다. 그는 “내가 파악한 구미에서 산출된 고조선을 다룬 전문연구는 1편에 불과하고 그것조차 국내 학계 기준으로 보면 전문연구로 볼 수 없다. 구미 학자들에게 문헌 자료가 거의 없는 고조선은 학술연구 대상이 되기 어렵다. 단편적으로 남겨진 사료의 조각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전문적인 훈련을 거치지 않은 누구나가 비교적 쉽게 연구에 뛰어들 수 있는 영역이 돼 버렸다”고 말한다. 그는 “더구나 한국처럼 정부나 유사역사가들의 입김이 역사연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나라는 없다. 작금의 국정교과서나 고대사연구를 둘러싼 문제들이 생겨난 것은 희극”이라고 말한다. ‘낙랑군(樂浪郡)’의 평양설을 수용했다가 중단된 미국 하버드대의 ‘고대 한국 프로젝트’, 비슷한 비판이 제기돼 세금 45억 원을 날린 ‘동북아역사지도’ 사례를 비판한 것이다. 그는 “역사연구에서 민족주의가 필요한 시기가 있었고 그 역할을 넘치게 했다”며 “금기처럼 여기는 ‘식민지 근대론’도 이미 국제 사학계가 당연하게 여기는 만큼 유연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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