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개막이 다가오면서 프로야구 승부 조작이 수면 아래로 잠기는 듯하다. 하지만 프로야구 승부 조작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이에 따라 언제든지 파장은 확산할 수 있다. 지난 7월 불거진 프로야구 승부 조작은 4년 전과 닮았다는 점에서 더욱 큰 충격을 안겼다. 결론부터 내리자면, 4년 전 철저한 대비책이 마련됐더라면 승부 조작이란 망령의 재등장은 막을 수 있었다.
시계를 4년 전으로 되돌려본다. 2012년 LG 투수 박현준과 김성현이 승부 조작에 연루됐다. 당시 박현준과 김성현은 1회 볼넷을 허용하는 식으로 경기 내용을 조작했다. 4년이 지난 올해 7월 NC 투수 이태양 역시 같은 수법으로 승부 조작에 가담한 것이 검찰의 수사에 의해 밝혀졌다. 이태양과 함께 상무 소속인 문우람이 승부 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고, KIA 투수 유창식은 승부 조작을 자진 신고했다. 그리고 NC 투수 이재학이 승부 조작 연루 의혹을 받고 있으며, NC는 지난달 30일 이재학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그런데 승부 조작 수법만 같은 게 아니다. 4년 전 승부 조작의 진원지였던 LG, 그리고 프로야구를 총괄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승부 조작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LG 구단과 KBO는 박현준과 김성현을 영구 제명하는 선에서 ‘1차’ 승부 조작 파동을 마무리했다. 4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 특히 KBO의 구본능 총재, 양해영 사무총장은 재임 중 2차례나 승부 조작이 확인됐지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2차’ 승부 조작 사건이 터졌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KBO는 4년 전과 다른 게 없는 자진 신고 유도 등의 현실성 없는 대책을 내놓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승부 조작 가담자를 엄중 처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일 뿐이다. 승부 조작 선수의 소속 구단은 “죄송하다.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지만, 책임을 통감하는 구체적인 ‘액션’은 없었다.
국민스포츠로 불리는 프로야구는 최근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 승부 조작 외에도 해외 원정 도박, 도박사이트 개설 연루, 음주 운전, 금지 약물 복용, 그리고 음란 행위 등 파렴치한 일탈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2일엔 NC 투수 이민호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남편의 바람으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크게 입었고 아이 때문에 산다”는 글을 온라인에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NC 구단은 이민호와 이 여성의 사실혼 관계를 인정했고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사과했지만 팬들의 시선은 따갑다.
KBO, 그리고 구단은 선수를 관리할 의무와 권리를 가지고 있다. 선수의 잘못은 곧 KBO, 구단의 불찰이다. 그런데 과거에도, 지금도 선수를 벌하는 선에서 수습하고 있다. 팬들을 기만한 사기극,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가 잇따르고 있지만 KBO와 구단은 “선수 탓’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프로야구가 각종 비리를 근절하고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변화, 즉 개혁이 필요하다. 그런데 인적 쇄신 없이 개혁은 있을 수 없다. ‘용퇴’는 개혁의 시작이다. jh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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