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사에서 사소하지만 한편으로는 의미심장한, 그러면서도 진기한 사건들을 모아 구성한 책이다. 책은 ‘철이 금보다 비쌌을 때’란 제목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4500년 전 메소포타미아 북부와 시리아, 소아시아 남부에 살았던 아시리아인들은 철을 금보다 여덟 배나 비싼 가격에 거래했다. 철을 녹이는 고온을 만들지 못해 희귀한 운석에서 철을 얻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책은 연지벌레로 만든 염료에 얽힌 경제사, 동전 제작에 필요한 구리의 부족으로 발명된 지폐, 비단의 비밀을 서양으로 전파한 첩자 수도승, 베네치아가 유럽의 금 시장을 지배한 방법, 16세기 유럽 도서의 절반을 베네치아가 인쇄한 이유, 풍부한 귀금속이 스페인 제국의 발전을 저해하게 된 까닭 등에 대해 시대순으로 다룬다. ‘작은 호기심이 대사건들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저자가 가려 뽑은 60가지 경제사의 사건들은 하나같이 진기하고 흥미롭다. 상식을 전복하는 경제 미시사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독특하게도 경제학 이론과 숫자, 그리고 그래프가 아니라 떠들썩한 시장과 항구, 상품과 교역, 향신료와 과일 냄새 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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