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어떻게 시작되고, 무엇이 과학이며, 과학을 어떻게 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시사점을 주는 ‘지동설 혁명’의 주역인 갈릴레이의 재판 모습. 세 재판관 앞에서 갈릴레이는 홀로 자신을 변호해야 했다.  궁리 제공
과학이 어떻게 시작되고, 무엇이 과학이며, 과학을 어떻게 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시사점을 주는 ‘지동설 혁명’의 주역인 갈릴레이의 재판 모습. 세 재판관 앞에서 갈릴레이는 홀로 자신을 변호해야 했다. 궁리 제공
태양을 멈춘 사람들 남영 지음 / 궁리

과학한다, 고로 철학한다 팀 르윈스 지음·김경숙 옮김 / 엠아이디


어떤 현상에 대해 사람들이 똑같이 생각하고, 비슷비슷한 분석을 내놓는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만약 진실이란 게 단 하나만 존재한다 해도 말이다. 이를 향해가는 길목엔 다양한 시선과 시도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진실도 더욱 선명해지니까. 단일한 방식과 답으로 귀결되는 학문으로 가장 많이 오해받는 게 과학이다. 이는 과학이 현대 사회에서 점한 확실하고 독보적인 위치 탓인데, 이미 달과 화성에 탐사선을 보냈고 인간의 두뇌를 능가하는 인공지능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과학은 가장 의심하고, 계속 탐구하고, 매번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하는 영역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융합이다. ‘태양을 멈춘 사람들’과 ‘과학한다, 고로 철학한다’는 이를 일깨워준다. 다시 말해, 두 책은 역사와 철학이라는 다른 학문, 혹은 그 이상의 것들과 뒤섞여 ‘다른 생각’을 이끌어 낸다. 현대의 과학을 더 넓고 깊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와 함께.

‘태양을 멈춘 사람들’은 한양대 5대 명강의 중 하나이자 ‘달의 뒷면을 들여다보는 수업’이란 근사한 별명까지 붙은 남영 교수의 ‘혁신과 잡종의 과학사’를 정리한 시리즈의 첫 편이다. 책은 지동설 혁명을 집중적으로 다루는데, 그 까닭에 대해 남 교수는 “과학이 어떻게 시작됐고, 무엇이 과학이며, 과학을 어떻게 행해야 하는지 다양한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주제”라고 밝히고 있다. 책의 바탕이 된 강의에서 그는 이미 80%를 지동설 혁명에 할애했는데, 과학이론과 내밀한 역사적 맥락을 살피기에도 흥미로운 시기라서다. 또 코페르니쿠스, 튀코 브라헤, 갈릴레이, 뉴턴 등 관련 인물들이 무대 위에 배우들처럼 입체적이고 역동적이다. “코페르니쿠스는 혁명을 시작하는 데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는 겁 많고, 고집 세고, 무엇보다 우유부단했다. 튀코 브라헤는 다혈질에 광폭했고, 자신이 다스리는 백성들의 노동력을 착취했다. 갈릴레이는 끊임없이 과도한 명성을 추구했고, 그 방법은 치졸했으며, 그로 인해 치명적인 위기를 맞았었다.”(369쪽)

‘과학한다, 고로 철학한다’는 과학을 철학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지 고민한다. 즉, 계속해서 발전하는 과학이론이 인간 본성이나 자유의지 등 일반적으로 철학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어떤 대답을 해줄 수 있는지 말이다. 이를 위해 책은 개인 컴퓨터와 인터넷 등 과학의 업적이 정말 사물의 원래 모습을 진실하게 드러내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과학적 이성주의 창시자인 포퍼의 맞수, 토머스 쿤의 사상과 논리를 다시 뒤집어 본다. 저자인 팀 르윈스 케임브리지대 과학철학 교수는 “과학자들은 좋든 싫든 수세기 동안 철학자들이 고민했던 문제들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며 “철학과 과학은 건설적인 공조를 계속해 왔으며 서로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인슈타인이 물리학자 로버트 손턴에게 보냈다는 편지를 인용해 과학철학의 가치를 강조한다. “과학의 역사적·철학적 배경을 알고 있으면 대부분의 과학자가 지닌 문제인 현세대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내 생각에는 철학적 통찰력이 가져다주는 이 자유야말로 진정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사람을 단순한 장인 혹은 전문가와 구별해 주는 것 같다.”(16쪽)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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