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안보는 국가의 존립이 걸린 문제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현실적 위협 요인으로 등장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은 어떤 국정 과제보다 우선할 수밖에 없다. 사드는 그런 수단의 하나일 뿐이다. 현재 북한의 행태를 보면 사드 이외에 추가적 대비도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물론 안보의 최종 책임자이자 군 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마저 안보 현안에 자신 있게 대응하기는커녕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박 대통령이 4일 새누리당 대구·경북(TK)지역 의원 11명과 만나 느닷없이 “성주 군민들의 불안감을 덜기 위해 성주군이 추천하는 새로운 (사드 배치) 지역이 있다면 면밀하게 조사하겠다”고 한 발언은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부적절했다. 국무회의에서 “(성산 포대가) 최적이며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 지 이틀 만에 말을 뒤집은 것이다. 박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위험이 있었다면 결코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놓고 재고(再考) 입장을 언급하면 그 자체가 혼선을 부추기게 된다. 벌써 다른 후보지 주민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안보 님비(NIMBY)’의 떼법이 통한다는 좋지 못한 선례를 남긴 것도 우려된다. “염속산 등 제3의 후보지는 부적합하다”고 해오던 국방부도 난감하게 됐다.

TK 지역 의원들을 만나 이런 얘기를 했는데, 초보적 정무 감각도 의문이 들 정도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에서 검토할 일이지 의원들 모아놓고 우는 아이에게 떡 주듯 할 일은 아니었다. 성주 군민 설득 문제는 사드 당위성 자체와는 차원이 다르다. 박 정부의 불통이 자초한 일인 만큼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소통을 해야 하는데, 첫 단추부터 엉망이 되고 말았다. “밤잠을 못 이룬다”는 발언도 최고 지도자가 할 말은 아니다. 미군 의견도 참조해야 하지만 이 또한 무시됐다. 사드 배치가 박 대통령 임기 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식이라면 미국이 한국을 목숨 걸고 싸울 동맹으로 여기겠는가.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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