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당 원내총무 겸 국가개혁위원회 준비위원 진기섭이 말했을 때 임창훈이 쓴웃음을 지었다. 임창훈은 민족당에서 공생당으로 전향한 후 서동수의 측근이 됐다. 인사동의 한정식 식당 안이다. 방 안에는 안종관까지 셋이 둘러 앉았는데 이제 투표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왜 웃는 거요?”
기분이 상한 진기섭이 묻자 임창훈은 정색했다.
“그런 구호는 이제 안 먹힙니다.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놈하고 흙수저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다가 끝나니까요.”
“또 흙수저 타령.”
진기섭이 이맛살을 찌푸리자 임창훈이 길게 숨을 뽑았다.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새바람 운동을 일으킨 것 아닙니까?”
“사회가 너무 지쳐 있어요.”
“포기할 수는 없지.”
안종관은 잠자코 술잔을 들어 소주를 삼켰다. 새바람 운동이 있었지만 한 달 동안에 성과를 내놓기는 무리다. 지난주 서동수의 인터뷰가 격렬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때 임창훈이 말을 이었다.
“어쩌면 지금이 한민족의 마지막이자 최대의 기회인지도 모릅니다.”
이번에는 진기섭이 동의했다.
“한민족이 단합해서 도약할 마지막 기회지요.”
“우리는 다 내려놓을 작정을 해야 합니다.”
임창훈이 말하자 진기섭은 이제 머리만 끄덕였다. 사심을 버린 것은 진기섭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흉내만 내어서는 금방 진면목이 드러나는 세상이다. 그때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서동수가 들어섰으므로 모두 일어섰다. 서동수의 뒤를 하선옥이 따르고 있다.
“분위기가 삭막할 것 같아서. 하 실장이 옆에 앉지.”
무안한 표정을 지은 하선옥이 조심스럽게 옆자리에 앉자 서동수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내 애인으로 소문도 다 났더군.”
이제 서동수는 한국에 머물고 있다. 국개위 구성 찬반 투표 선거운동보다 ‘새바람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안종관이 따라준 술잔을 든 서동수가 셋을 둘러보았다.
“대통령님을 만나고 오는 길이오.”
셋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이번 선거에 묘한 변수가 생겼습니다.”
심호흡을 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마침내 중국이 전면에 나섰어요.”
서동수가 한입에 소주를 삼켰다.
“북한의 핵을 폐기하지 않으면 남북한과 국교를 단절하겠다고 비공식 통보를 해왔다는 겁니다.”
그 순간 셋은 서로의 얼굴을 보았고 먼저 안종관이 입을 열었다.
“선거 전에 공식 발표를 하겠군요?”
서동수가 머리만 끄덕이자 이번에는 진기섭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입니다.”
방 안에 무거운 정적이 덮였다. 북핵은 언젠가는 터질 문제였다. 각국이 이해를 따지면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중국이 가장 먼저 국교 단절이라는 강력한 대응책을 내걸고 나섰다. 그렇게 되면 남북한은 경제적 타격은 물론, 생존의 위협까지 받게 된다. 특히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의 피해는 치명적이다. 이윽고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이건 남북한 연방의 존립까지 흔드는 카드야. 국개위 투표가 하찮은 문제가 돼 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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