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우 MBC 예능국장

중국이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해 한류 콘텐츠에 빗장을 걸면서 업계 내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중국판 ‘나는 가수다’(사진), ‘런닝맨’ 등으로 ‘예능 한류’를 열었던 지상파 방송사 예능국들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로 중국 한류의 문을 열었던 MBC 예능국 이흥우 국장은 “한·중 관계가 경색된 현재 상황에서 곧바로 해결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도 “한류 콘텐츠에 대한 중국의 압박과 제재는 이번 사태 이전부터 있었던 일인 만큼 시간적 여유를 갖고 장기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각 위성 방송국 프라임 타임에 외국 리메이크 예능을 1년에 2편 이상 방송할 수 없도록 법제화해 한국 예능의 수입을 제한했다. 하지만 중국 인민이 인터넷을 통해 한국 예능을 접할 수 있는 만큼 수요가 지속되면 중국 측도 한국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이 국장은 “결국은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는 법”이라며 “반드시 TV를 통해 송출되지 않더라도 웹을 기반으로 한 예능을 제작해 중국 공략 루트를 다변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규제가 생기면 그에 상응하는 또 다른 대응책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무분별한 표절 역시 문제다. 이미 ‘무한도전’을 비롯해 ‘슈퍼맨이 돌아왔다’ ‘히든싱어’ 등이 중국에서 ‘짝퉁’으로 복제됐다. 국제법상으로 이를 문제삼고, 표절 판정을 받아도 한국 방송사들이 챙길 수 있는 실익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발 없이 국경을 넘는 전파를 막을 수 없다”고 운을 뗀 이 국장은 “민간 차원의 대응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나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이 정부 차원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중국 측의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 눈 앞의 실익은 없다고 하더라도 지속적인 노력과 항의가 있어야 표절 사례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이 국장은 ‘맨파워’를 강조했다. 포맷은 베낄 수 있어도, 각 제작진의 재능까지 훔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포맷을 수출할 때 원작의 제작진이 ‘플라잉(flying) PD’로 참여하는 이유다. 이 국장은 “유명 예능의 포맷만 베낀다고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며 “‘나는 가수다’ 중국판을 만들 때는 MBC PD가 플라잉 PD로 참여해 디테일한 부분까지 지도하며 각 출연진의 캐릭터를 구축했기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이렇듯 맨파워가 바탕이 돼야 온전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중국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MBC 예능국은 최근 몇몇 구성원이 중국행을 택하거나 이직하며 ‘위기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8월 첫째 주 기준으로 MBC 예능프로그램은 2049 타깃 시청률 톱20 안에 ‘무한도전’(예능 1위)과 ‘일밤-복면가왕’(예능 2위) ‘라디오스타’(예능 7위)를 비롯해 6개 프로그램이 포진해 있다. 각 프로그램이 PD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구성되고 움직인다는 방증이다.

이 국장은 “각 프로그램은 제작진과 출연진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빚어내는 것이고, 그런 시스템을 구축해온 각 방송사만의 전통이 있는 법”이라며 “그 틀이 흔들리지 않으면 프로그램의 질도 보장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예능 한류가 위기라고 하지만 중국이 내건 눈 앞의 빗장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실을 기한다면 결국 중국으로 향하는 길도 다시 열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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