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주장 맏이 장혜진
침착한 운영 후배들 이끌어
올림픽2연패 에이스 기보배
亞게임 탈락 극복하고 재기
세계랭킹 1위 막내 최미선
“아직 배고파” 겁없는 패기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이 열린 8일(한국시간) 리우 삼보드로무 경기장에는 바람이 많이 불었다. 특히 8강, 준결승, 결승으로 갈수록 바람은 더욱 세졌으나 한국 양궁의 실력 앞에서는 ‘변수’가 되지 못했다.
여자 대표팀은 8강에서 일본을 맞아 세트점수 5-1로 이겼다. 1세트에서 8점 2발을 쏘며 다소 흔들렸지만 무승부로 선방했고, 2세트와 3세트는 안정적으로 승리했다. 준결승에서는 대만을 5-1로 꺾었다. 기보배(28·광주시청)와 최미선(20·광주여대)은 지난해 광주유니버시아드 단체전 결승에서 대만에 당한 패배를 설욕했다. 대만 대표팀의 에이스 탄야팅(23)과 린시치아(23)는 광주유니버시아드 단체전 우승 멤버이기도 하다. 여자 대표팀은 결승에서 세계랭킹 2위인 러시아도 세트점수 5-1로 눌렀다.
기보배는 “국내에서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서 경기를 많이 치렀던 것이 도움이 됐다”며 “단체전 8연패에 대해 주목을 받아 부담을 안고 경기에 나섰지만 팀 동료와 한마음으로 우승을 일궈냈다”고 말했다. 양창훈(46·현대모비스) 여자 대표팀 감독은 “우리가 정교하기 때문에 바람이 불면 유리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8연패를 달성해야 한다는 중압감도 엄청났다. 양 감독은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하지 않느냐”며 “남자 대표팀이 금메달을 딴 후 압박감에 새벽 1시에 일어나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장혜진(29·LH), 최미선, 기보배는 흔들리지 않고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올림픽 단체전 8연패라는 대기록을 합작했다.
2012 런던올림픽 2관왕인 기보배는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의 순간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기보배는 43-53으로 뒤진 준결승 2세트에서 마지막 화살을 침착하게 10점에 쏴 타이를 만들었다. 세트 점수가 동점이 돼 대만팀이 기세를 탈 수 있는 여지를 자른 것. 기보배는 런던올림픽 이후 슬럼프에 빠져 2014 인천아시안게임은 방송 해설자로 경기를 지켜봐야 했던 아픈 경험이 있다.
기보배는 개인전 2연패와 관련해서 “오늘 아쉬웠던 점, 보완해야 할 점을 차분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꼭 내가 아니어도 우리 선수들이 함께 금, 은, 동메달을 땄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기보배가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추가하면 세계 양궁 사상 첫 올림픽 개인전 2연패를 달성하고 동시에 한국 역대 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4개)인 김수녕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세계랭킹 1위인 최미선은 막내지만 강심장을 지녔다. 결승에서는 2세트에 다소 흔들리기도 했지만 곧바로 3세트 첫발을 10점에 꽂아 세트를 비기고 금메달을 따는 데 초석이 됐다. 최미선은 ‘금메달의 맛’을 묻는 말에 “아직도 배가 고픕니다”라며 특유의 승부근성을 숨기지 않았다. 최미선은 “단체전 금메달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며 “개인전 금메달을 따고 싶은 마음이 있고, 욕심도 난다”고 설명했다.
여자 대표팀 주장 장혜진은 이번 금메달로 런던올림픽 대표 탈락의 아픔을 만회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양궁을 시작했지만 27세이던 2014년 월드컵 대회에서 첫 개인전 금메달을 딸 정도로 이름을 늦게 알렸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1번 주자를 맡아 후배들에게 바람 영향 등을 조언하는 등 맏언니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장혜진은 “바람이 많은 상황에서 첫 주자로 쏘면서 부담이 되긴 했다”며 “자신 있는 모습으로 뒤의 선수들에게 확신을 주려 했다”고 말했다.
특히 8강부터 결승까지 대표팀이 치른 9번의 세트에서 단 한 번을 제외하고 첫발을 10점 또는 9점에 쏘면서 대표팀이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장혜진은 “나는 늦깎이 선수로, 런던올림픽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지나온 시간을 많이 돌아봤다”며 “반성하고 배우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우=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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