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7일 발표한 ‘올해 대기업 신용위험 평가’는 ‘초(超)부실 평가’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초부실·비리’ 요지경임이 드러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정상인 B등급으로 판정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자구안을 통해 회생할 가능성과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의지, 산업적 상황을 종합한 판단”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사한 처지의 구조조정 기업인 대형 해운사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C등급을 받았다. C등급을 받으면 채권단 주도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다. 금감원의 대기업 평가는 ‘연례 행사’지만, 이번의 경우 시장 관심은 어느 때보다 지대했다. 금융 당국이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 등을 통해 문제투성이로 확인된 대우조선을 올해도 연명시킬지 여부에 이목이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뚜껑이 열린 결과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5조5051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부채 비율은 7308%에 달했다. 수년간 5조7000억 원대의 분식회계도 저질렀다. 전직뿐 아니라 현 경영진도 회계 조작을 일삼았다는 검찰 수사 결과도 나왔다. 자본잠식으로 인한 증시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고 채권단 지원도 받으려고 그랬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경제 논리’ 잣대로 본다면 벌써 청산됐어야 할 기업이다. 그런데도 이런 기업이 2년 연속 ‘정상’ 판정을 받고 혈세만 계속 축내게 한다니 금융 당국이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여기에 쏟아부은 국민 세금만도 7조 원이 넘는다. 산은과 금감원 내에 기를 쓰고 대우조선을 살려 책임을 모면하고 자리를 지키려는 세력이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대우조선 ‘정상’ 판정을 재고해야 한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검찰이라도 바로잡을 수밖에 없다. 금융 당국의 비상식 결정을 계기로 검찰은 대우조선 비리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 의지를 한층 더 다져야 한다. 전·현 경영진과 산은·금융당국·회계법인의 전·현직 관련자 모두 수사 대상이어야 한다. 그래야 초부실 대기업이 정치 논리에 빌붙어 국민 혈세와 국가 경제를 좀먹는 ‘비정상’도 발본색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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