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

사드(THAAD) 배치 결정과 관련, 지금 단계에서는 정부가 고도의 국내외적인 정치력을 발휘, 조용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온 나라가 중국에 대해 과잉 대응에 나서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낸다. 7일만 하더라도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야당 의원의 중국 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중국 정부에 대해서도 우리의 입장을 밝혔다. 충분히 막후에서 조용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우리는 생각 이상으로 중국에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노력에 따라서 한·중(韓中) 관계를 잘 유지해 나갈 여지가 있다.

중국의 국가목표 완성은 1, 2년에 그치지 않는다. 100년 이상이다.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 이후 일관된 움직임이 있다. 경제적으로 혁신, 지속 발전, 친(親)서민을 추구하면서 정치·외교적으로 미·중 관계 및 주변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주요 2개국(G2) 중국의 정책 우선은 경제다. 신(新)실크로드 프로젝트 주창도 주변국들과의 경제 협력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일 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현 상태에서 일본과 한국에 대해 동시에 척을 지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일·중 분쟁 시 일본을 강하게 때릴 수 있었던 것은 경제적으로 한국이라는 대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가 대중(對中) 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점을 중국도 잘 알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적기 체결,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가 등이 그것이다. 또한, 대한(對韓) 정책 결정 방식은 여타 주변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를 풀어나가는 전례가 된다. 이 점에서 훨씬 신중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사드 배치 문제의 본질은 북핵 위협과 관련된 우리의 생존이 걸린 전략이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미·중 관계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최근 들어 런민르바오(人民日報)를 포함한 중국 언론이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 연일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어쩌면 미국에 대한 간접화법일 수도 있고, 고도의 심리전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나타난 확인된 움직임이 선전부 주도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내년 중국공산당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좀 과도하게 대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류(韓流) 제재, 문화 교류 연기 소문 등이 모두 선전부 소관인 점이 우연은 아니라고 보인다.

이럴수록 청와대가 고도의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사드 배치는 안보 문제인 만큼, 국론 통일이 필요하다. 여당뿐 아니라, 야당과의 고위급회담을 통해서라도 범(汎)정파 간 이해를 구해야 한다. 성주 군민들에게도 그만한 설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동시에 중국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현 시진핑 정권은 훨씬 안정화돼 있고, 그만큼 정치·외교·경제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한국을 과도하게 압박했을 때 나타날 부작용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대대적 산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이 또한 경제 제재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지금은 대중 관계 악화 방지에 국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 측면에서 중국 측 주류 인사들과 공식·비공식적으로 접촉, 한 차원 높은 단계에서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언론도 추측 보도를 자제하고 기다려 줘야 한다. 이런 문제들이 꼬여서, 아무도 찾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이 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가치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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