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우리는 정치적, 문화적 이슈(‘포켓몬 고’를 보라!)뿐만 아니라 날씨 변화 하나에도 당장 살림살이를 걱정해야 하는 거대한 불안의 시절을 살고 있다. 역으로 생각하면 생활세계의 살림살이 안에서 한 사회의 경제적 건강성을 가감 없이 가늠해 볼 수 있는 시절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동의학에서는 이를 ‘맥요정미(脈要精微)’라고 한다. 맥(脈)이란 혈의 곳간(脈者 血之府)으로, 신체가 운용하고 있는 살림살이의 리듬이자 사회적으로는 나라의 곳간이자 실물경제의 흐름이다. 신체는 온갖 복잡한 생리활동을 통해 결국 ‘혈(血)’이라는 대표적인 대사물질을 만들어 내는데, 이 혈을 보관하고 상황 조건에 따라 ‘쓸 때와 아낄 때를 가늠해 보는(切脈動靜)’, 마치 중앙은행과도 같은 재정활동을 하는 신체 시스템을 ‘맥’이라고 한다. 이 시스템의 핵심(脈要)은 크고 거친 변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정밀하고 미세한 곳(精微)에서 살필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 경제는 장기적인 전망이 가능해야 건강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일상의 살림살이 역시 각자의 경험에 비춰 미래를 설계해 볼 수 있으면 잘 다스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동의학에서는 ‘맥이 길면 기가 다스려지는 것(長則氣治)’이라고 표현한다. 반면 매사 단기적인 준비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그때부터 생활세계는 병들어가기 시작한다. 이번 달에 번 돈으로 지난달 적자를 메워야 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느 날 갑자기 잘 못 됐을 때 당장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短則氣病) 이미 생활세계에 질병이 싹튼 것이다. 그렇게 안팎으로 크고 작은 변수가 많아지면 사람들의 불안 심리 또한 과열(數則煩心)된다. 당장 내일도 예측할 수 없으니 사소한 변수에도 시장이 크게 요동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기가 좋은 날과 안 좋은 날의 변화폭이 점점 커지면서 시스템은 악화일로로 치닫게(大則病進) 된다. 이른바 일상 속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이 만연하게 되는데, 잘 벌어도 나가는 돈만 많아 숨이 턱 밑까지 차고(上盛則氣高), 안 벌리면 먹을 것이 없어 가스만 찰 정도로 헛배가 부른 것(下盛則氣脹)이다. 이런 현상이 몇 번만 불규칙적으로 반복돼도 시장 자체의 활력은 쇠퇴하고(代則氣衰), 사람들은 점점 사소한 것에만 집착하면서 생활세계 자체가 쪼그라들게(細則氣少) 된다. 지금 우리 사회의 맥상(脈象)은 어떠한가? 서로가 서로에게 무책임한 생채기만 내면서 지독한 흉통을 앓고 있는 중일 것(색則心通)이다.
카페방하 디렉터 lee_sy@egone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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