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개봉 영화 ‘연인役’ 촬영 인연… 내일 개봉 ‘흥행 맞대결’
어제의 연인이 오늘의 적(?)이 돼 다시 만났다. 배우 하정우와 수애가 각각 주연을 맡은 영화 ‘터널’(감독 김성훈)과 ‘국가대표2’ (감독 김종현)가 10일 나란히 개봉해 흥행 맞대결을 펼친다. 두 사람은 지난 2009년 멜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 영화는 제작비 조달 문제로 촬영이 중단돼 결국 관객과 만나지 못했다. 터널과 국가대표2 개봉을 앞두고 문화일보와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영화가 잘되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터널’ 하정우
무너진 터널 속 생존 원맨쇼
‘아가씨’와는 달리 생각 뱉어내
동료 없는 현장, 소품 등 집착
다른작품서 수애와 재회할 것
“그때 못 이뤘던 인연을 언젠가 작품에서 이뤄야죠. 그래서 국가대표 2를 더욱 응원해주고 싶어요.”
하정우(사진)는 수애와의 인연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며 자신이 미국 입양아로 나왔던 영화 ‘국가대표’의 속편인 국가대표 2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수애 씨에게 ‘나이 먹어서 주말 연속극에 같이 출연하자’고 했더니 ‘그때 함께하고 싶다’고 답하더군요. 국가대표 2는 많은 지인과 엮여 있는 작품이라 정말 잘됐으면 해요.”
겉으론 그렇게 말하지만 속마음은 자신의 주연작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터널은 하정우가 오롯이 극을 이끌며 관객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신축 터널이 무너지며 그 속에 갇히게 된 한 남자가 구조를 기다리며 그 안에서 꿋꿋이 생존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또 밖에서 그를 구하려고 안간힘 쓰는 구조대장(오달수)과 아내(배두나)의 애틋한 마음도 담았다.
하정우는 이번 영화에서 자유롭게 즉흥적으로 연기를 펼쳐 더 애착이 간다고 밝혔다.
“사실 제가 매번 ‘인생연기’를 펼치고 있잖아요(큰 웃음). ‘아가씨’는 시나리오대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연기해야 했었는데 터널에서는 감독님이 ‘생각한 대로 편하게 연기하라’고 해서 약속과 규칙에서 벗어나 불쑥 드러난 생각과 대사를 그대로 뱉어냈어요. 그렇게 한 게 영화의도와 잘 붙어서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제한적인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풀어낸 건 전적으로 하정우의 연기력이다. 이 영화를 보면 그의 연기가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칭찬이 쑥스러운 듯 딴소리로 말을 돌렸다.
“동료 배우들의 리액션 없이 혼자서 연기하다 보니 소품과 미술, 조명에 집착하게 되더라고요. ‘이 돌 치우면 안 되느냐’, ‘스티로폼 티 난다’ 등 간섭을 많이 했죠. (송)강호 형은 연기 잘한다고 칭찬 안 하잖아요. 워낙 잘하니까…(웃음).”
흥행에 대해서도 “한 발짝 물러나서 상황을 보겠다”고 했다.
“힘과 매력이 있으니 가장 치열한 여름에 배치됐겠죠. 좋은 영화는 관객이 알아줄 거고, 재밌지 않은 영화는 외면할 테니 기다려봐야죠. 모든 영화는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국가대표 2’ 수애
‘북한출신 아이스하키 선수’역
작품에 의견개진 많이 하는 편
출연 여배우들 내려놓고 연기
기싸움 없어, 수다떨며 버텨
“두 영화 모두 잘될 것 같은 기운이 느껴져요.”
수애(사진)는 여유 있게 덕담을 내놓으면서도 터널과의 경쟁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시사회 이후 관객과 통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2는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애환을 그렸다. 수애가 맡은 역할은 북한에서 인민대표를 지낸 아이스하키 선수로, 영화의 감동 부분을 책임지며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에게 “이젠 완숙한 배우의 향기가 느껴진다”고 말하자 환하게 웃으며 17년 차 배우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연기를 전공한 게 아니라 많이 긴장하며 여유 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17년 차가 됐네요. 이젠 현장에 가면 전체적인 게 보이고, 제가 해야 할 부분에 대해 명확한 느낌이 와요. 자연스럽게 숨을 죽이는 호흡법도 익혔고, 강하게 이끌며 완급을 조절할 줄도 알게 됐어요.”
그는 이 영화에서 북한 사투리를 구사한다. 애초 서울말을 쓰는 캐릭터였지만 수애의 제안으로 수정됐다.
“감독님은 ‘북한 사투리를 쓰면 이질감이 느껴질 것 같다’고 하셨지만 제가 쓰고 싶다고 했어요. 작품을 하며 제 생각을 많이 밝히는 편이에요. 다 반영되진 않지만 그렇다고 상처받진 않아요(웃음). 애드리브는 잘 못해요. 그런 순발력은 없는 것 같아요.”
이 영화에는 수애 외에도 오연서, 김슬기, 진지희 등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그에게 “여배우들 사이에서 기 싸움은 없었냐?”고 물었다.
“전혀 없었어요. 다들 예쁘게 보이는 게 손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웃음). 다 내려놓고 진짜 아이스하키 선수로 보이고 싶었고, 향기가 아닌 땀 냄새로 승부 했어요. 촬영하며 힘든 시간을 수다를 떨며 버텼어요.”
그는 예전에는 흥행에 대한 부담이 별로 없었는데 이젠 욕심이 생긴다고 털어놓았다. “책임감인 것 같아요. 늘 흥행이 잘 안 돼 내려놓기도 했지만 이젠 과정만큼 결과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감히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으니 좋은 결과를 얻어야죠. 부담도 되지만 설렘도 교차해요. 시원한 아이스링크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 여름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유쾌하게 웃으며 감동도 얻을 수 있는 영화니 많이 보러 와주세요.”
글·사진=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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