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구체적 사업은 재단 자율”
日 “양국 정부가 협력해 진행”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 재단’ 출범 후 첫 한·일 국장급 협의가 9일 개최되면서 양국은 일본 측이 출연하는 예산 10억 엔(약 107억 원)의 용처를 놓고 본격적인 ‘프레임 싸움’에 들어갔다.
정부는 10억 엔이 ‘과거에 대한 사죄·배상’의 성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은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 내용에 대해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근본적인 시각차를 노출하고 있다.
정부는 구체적인 사업 시행은 재단에서 자율성을 가지고 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한·일 정부가 협력해 사업을 진행한다”는 내용이 지난해 위안부 합의에 명시돼 있고 일본 측이 사업 내용과 자금 출연 시기를 연계시킬 가능성도 있다.
9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만난 정병원(왼쪽 사진)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장과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오른쪽)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위안부 합의 후속 조치 이행 차원에서 재단 활동 관련 제반 사항을 논의했다. 화해·치유 재단이 지난달 28일 공식 출범한 만큼 일본 정부가 출연할 10억 엔의 용처와 출연 시기 등에 대한 막바지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5일 일본 교도(共同)통신은 국장급 협의 때 일본이 제공할 출연금 중 일부를 일본서 유학할 한국 학생에 대한 지원 등에 사용하는 방안 등 이른바 ‘미래지향적’ 사업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정부는 이러한 보도에 대해 “재단의 존재 목적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 이외의 것이 될 수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출연금 10억 엔이 ‘배상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한국 측에 요구할 방침이며, 같은 맥락에서 이를 피해자들에게 직접 지급하는 형태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예산 출연에 앞서 사업 내용에 대해 확약받으려 할 경우 이달 중 출연될 것으로 관측됐던 10억 엔의 지급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일본 집권 자민당 내에서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철거하도록 한국에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일본 측이 소녀상 문제에 대한 자국 내 여론을 거론할 가능성도 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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