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참패로 표류하던 새누리당을 구원하기 위해 출범한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두 달 간의 활동을 마치고 9일 오후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새 지도부에 바통을 넘긴다. 비대위는 지난 6월 2일 김희옥 위원장 취임과 함께 ‘비상 앞에 혁신까지 붙은 것은 당명만 빼고 모두 다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을 내세우며 출발했다. 그러나 ‘비상’한 인식도, ‘혁신’하려는 의지도 찾아보기 어려운 맹탕에 그쳤다. 김종인 대표가 이끈 더불어민주당 비대위가 구태 정치인의 과감한 퇴출은 물론 집권을 위한 야당 정체성 재정립 시도까지 한 것에 비하면 그 명칭부터 부끄러울 지경이다.

비대위 실패 책임을 김 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원들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정당 경험이 없는 외부 위원이 절반 이상인 데다, 선거 참패 책임자들의 담합과 계파 갈등으로 현실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냉정한 패인(敗因) 분석과 가혹할 정도의 인적 쇄신 등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는 과정이 가장 중요했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웠다. 심지어 김 위원장은 무소속 의원 7명의 일괄 복당에 반발해 나흘간 칩거하는 등 구태를 답습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직언을 하기는커녕 ‘공항 영접’에 적극적이었고, 대선 주자들과의 회동 또한 논란을 낳았다. 이 때문에 다른 정치적 야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억측까지 당 안팎에 돌고 있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이슈를 주도한 것 정도를 성과로 꼽지만, 반대로 제대로 한 일이 없다는 반증으로 봐야 할 것이다. 여론의 뒷북을 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패한 혁신의 책임은 새 지도부로 넘어갔다. 자신의 살을 베어내는 고통도 감수하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개혁 필요성에 대해 각성하고 실천하는 데 여당의 미래가 달렸다. 박 대통령에게 직언하고 이제라도 올바른 당·청 관계를 만드는 일이 급하다. 우병우 문제가 시금석이다. ‘공천 협박’ 등 해당 행위자도 과감히 솎아내야 한다. 나아가 지난 반세기 온갖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경제와 안보의 중심축을 포기하지 않았던 보수 정당의 정체성도 다시 추슬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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