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신한은행 스마트워크센터를  지난 5일 방문해 조용병(왼쪽) 신한은행장, 유연근무 근로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신한은행 스마트워크센터를 지난 5일 방문해 조용병(왼쪽) 신한은행장, 유연근무 근로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⑩ ‘유연근무제’정착하려면…

‘재택근무’적합 업무 아니면
근로자들 효율 되레 떨어져
공정평가·보상체계 확립돼야
스마트워크 근무 방식 성공

재택근무 풀타임 근로자가
사무실 배치 원하면 전환을


재택근무·시차출퇴근제·스마트워크센터 근무 등 유연근무가 생산성 향상과 일·가정양립을 위한 새로운 근로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한은행, 하나투어, 아모레퍼시픽 등 유연근무를 시도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6월 유연근무 도입 기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92%가 생산성 향상과 이직률 감소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우수 인재 확보(87.3%), 일·가정양립(96.7%), 직무만족(96.0%) 등 유연근무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뤘다.

사실, 유연근무는 1990년대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미 보편화된 근무 형태다. 정부도 세계적 흐름에 맞춰 지난 2010년 전자정부법에 공공부문의 온라인 원격근무제도를 명시하고, 2015년까지 공무원의 30%를 유연근무 방식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6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재택근무를 비롯한 유연근무 도입은 여전히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재택근무는 ‘노동의 미래?’= 정보기술(IT)이 발달하면서 업무처리의 공간적 제약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저출산 해소를 위한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과 근로자의 창의성·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다양한 근로 형태를 낳았다. 꼭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없게 됐다. 개별 근로자의 상황에 맞게 가장 효율적인 시간에 생산성을 극대화할 방법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재택근무를 비롯한 유연근로의 개념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재택근무 도입률은 2015년 약 3.0%로 미국(38.0%), 일본(11.5%), 네덜란드(29.6%)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유연근무 확대를 위한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은 2016년에 처음 시행됐다. 고용노동부는 유연근무 실시 300개 기업에 27억 원, 재택·원격근무 시행 30개 기업에 3억60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일 우리나라 은행 중 처음으로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신한은행을 방문해 “유연근무제는 일·가정양립의 선순환 시스템 구축을 위한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정부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유연근로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8월 폭염이 절정에 달한 요즘, 한 달 전에 재택근무로 전환한 외국계 무역회사 직원 A(여·32) 씨는 “지하철 지옥에서 벗어나 너무 행복하다”며 “출퇴근에 드는 비용과 체력 소모가 줄고, 두 돌 된 아기 곁을 떠나지 않아도 되니 마음 편하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육아와 직장생활 병행이 어려워 1년간 육아휴직을 신청하려고 했으나, 회사는 대체인력이 없다며 1년 동안 재택근무 전환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사무실에 출근만 안 했지, 업무량이 똑같은 상황에서 육아를 병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그런데 하루 8시간 육아도우미를 쓰면서 재택근무를 하니 업무효율도 오르고,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

반면 두 아이 육아를 위해 2년 동안 재택근무를 한 IT업계 종사자 B(여·35세) 씨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책상 앞에서 일만 하니 집이 감옥처럼 느껴져 일을 마치면 아이를 데리고 무조건 외출을 했다”며 “육아에 줄지 않은 업무까지 처리하는데, 정작 직장 상사는 자기 눈에 보이지 않으니 내가 편하게 일하는 줄 알더라”고 말했다. 직장 동료와 수시로 업무협의를 하거나 소통하는 것이 불가능하니 정서적으로 침체되고, 업무효율도 떨어졌다. B 씨는 “두 번 다시 재택근무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유연근로의 장점은 일·가정양립을 가능하게 하고, 출퇴근에 드는 교통비용과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근로자의 생산성이 올라가고, 사무실 임차·관리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유능한 인재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부정적인 측면도 있기는 하다. 특히 재택근무의 경우, 직장 동료와 의사소통 기회가 부족해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노무관리나 성과평가에 곤란한 점이 발생할 여지도 크다. 신입사원이 유연근로 대상이 된다면, 조직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을 갖기 힘든 부분도 있다. 일과 가정이 분리되지 않아 심리적 피로감이 가중될 수도 있다.

◇유연근로의 성공 열쇠는 = 1990년대부터 스마트워크를 추진한 한국IBM은 “단순히 통신 기기로 일을 하거나, 근무장소를 사무실에서 집으로 바꾸는 것은 스마트워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진정한 스마트워크는 회사 차원의 사업 방식을 스마트워크에 맞게 재편하고, 새로운 근무방식에 따른 ‘성과-평가-보상 체계’를 확립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2010년 고용부가 고려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진행한 ‘스마트워크에 관한 주요국의 노동관계법 체계 및 노동관계법상 쟁점연구’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우선 업무 자체가 스마트워크에 적합해야 한다. 사무실에서 다른 근로자와 협동을 통해 수행해야 할 업무를 재택근무로 돌리면 근로자의 업무효율이 떨어지고, 노무관리도 어려워진다. 보고서는 스마트워크 업무의 성공요건으로 △근로자 한 명이 완수할 수 있는지 △동료 근로자와 대면 접촉을 하지 않고도 전화나 이메일로 대체 가능한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재택근무 근로자는 불공정한 성과평가를 걱정할 수 있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보다 사내 정보가 부족하고, 현안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해 인사나 급여 부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이런 근로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회사는 제도 시행에 앞서 유연근로 대상 근로자에 대한 성과평가·임금제도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설계해야 한다.

업무수행에 드는 기자재나 비품 비용 부담을 두고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재택근무는 근로자가 지출한 비용을 회사가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어렵고, 사용자가 어디까지 비용을 부담할지 구분이 모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용역 보고서는 유연근로 도입에 앞서 사측과 근로자 간 충분한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풀 타임(full time) 정규직’ 근로자가 재택근무로 전환할 경우 근로자가 원한다면 다시 사무실 근무로 전환할 수 있어야 재택근무 사용이 원활해질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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