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9일 오후 사면(赦免)심사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8·15 특별사면 대상자를 포함한 안건을 의결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당·정은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광복절 사면을 논의했다. 직전 이명박정부까지는 사면의 오남용으로 인한 폐해가 심했다. 그 때문에 현 정부에서는 사면을 극도로 자제해 왔지만, 현시점에서는 광폭(廣幅)의 사면이 필요하다.
우선, 과잉 범죄화로 전 국민의 25%가 전과자가 될 지경이다. 행정벌인 과태료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도 형사 처벌을 가한 결과다. 이는 동시에 민간 경제의 활력 상실을 초래했다. 사면으로 이러한 사태를 일부나마 교정해야 한다. 국가 간 이해관계의 충돌, 국내 지역 간의 이기적이고 소모적인 투쟁, 대형 조선사와 해운사의 끝 모를 추락, 팍팍한 서민의 삶으로 국민은 정신적으로 매우 지쳐 있다. 이러한 증상을 완화시키는 한편, 작은 실수로 전과자가 돼 직업의 선택과 생계에 곤란을 느끼는 서민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사면의 경제적 효과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강력한 리더가 있는 기업은 다방면에서 빠른 성장을 한다. 지난달 12일 한 국내 민간 경제연구소가 “지배주주가 등기이사인 기업이 배당도, 주가도 훨씬 높다”는 실증 분석 사례를 발표했다. 책임 경영이 결실을 가져온 것이다. 굳이 실증 분석이 아니더라도 지배주주가 없는 대기업이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도 이를 알 수 있다. 기업에 강력한 리더가 필요한 이유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주요 기업인 사면은 그룹의 일사불란한 현안 대처와 과감한 투자로 기업과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계기가 됐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사면 한 달 뒤인 2008년 9월, 미국 월가의 금융위기가 시작되고 당시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 4사가 몰락한 사이, 공격적인 투자로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톱5에 진입시켰으며, 2010년 현대기아차는 24%나 급성장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산증인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집행유예 출소 후 삼성의 화학·방산 계열 4개사 인수, 이라크 신도시 건설사업 및 한화큐셀 태양광모듈 공급계약 수주, 63빌딩 면세점 투자 등 약 5조4000억 원의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 이후 SK하이닉스 반도체 분야 47조 원 투자계획 발표, 저소득 노인층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1000억 원 기부, ‘북한 지뢰 도발’로 인한 부상병 특채, 국내외 주요 경영 현장에 위기 경영 전파 등 광폭의 행보를 보였다.
현 정부 들어 일반인과는 달리 기업인에 대한 특별사면과 가석방된 사례는 매우 드물고, 법원도 기업인들에게 매우 엄격하게 법률을 적용, 집행했다. 지난해 광복절 사면에서도 오너 기업인은 최태원 회장 단 한 명만 포함됐을 뿐이고, 가석방도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가족 범죄의 경우 통상 한 명만 구속시키는 관례에도 불구하고 부자·모자·형제를 동시에 구속한 사례도 있다. 건강이 나빠 거의 움직일 수도 없는 이재현 CJ 회장에 대해서도 관용은 없었다. 항소심에서 형량이 늘어나는 사례가 빈번해졌고, 형 집행정지나 보석 허가도 훨씬 어려워졌다. 단지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일반인 사면과의 형평성이 깨져 오히려 역차별을 당했다. 그러고도 기업이 잘되고 경제가 잘 돌아가 고용의 선순환이 이뤄지길 바라는 건 무리다.
모든 경제 주체의 합심(合心)이 필요한 이 시점에 기업인 사면은 그 마중물로서 가장 효율적인 대안이다. 답답한 국내외 현실을 타개해 국민에게 심리적 활력(活力)을 불어넣고 사회 통합(統合)을 기하려면 통 큰 사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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