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한 연세대 교수·경영학

“도시에 사는 4인 가구가 에어컨을 하루 3시간반 정도만 틀면 전기료가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 주장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산업통상자원부가 9일 내놓은 반응이다. 35도를 오르내리는 한더위를 피할 길 없는 국민 가슴에 불을 지른 격이다.

우리나라 가정용 전력요금의 누진제는 상상을 초월한다. 조금 더 썼으니 10%, 20% 정도 더 내라는 게 아니다. 평균 사용량을 넘는 순간 100㎾h 구간마다 요금은 2배, 4배, 6배로 증가한다. 월 300㎾h를 사용하는 집은 4만4390원을 내지만, 월 600㎾h를 사용하는 집은 21만7350원을 내야 한다. 평소에 300㎾h 이상 사용하는 집이 여름철에 에어컨을 사용하면 100㎾h를 추가로 사용할 때마다 전기료(電氣料)는 배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발전설비 용량이 주택용 전기사용을 제한하거나 누진제를 적용해 서민을 보호해야 할 정도로 모자라는가? 2015년 말 전국의 발전설비 용량은 97.6GW였으나, 올해 최대 전력수요량이 81.1GW였다니 16.5GW의 예비용량이 있는 셈이다. 2015년 말 한전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한전은 2200만 호의 고객에게 전력을 공급했으며, 산업용 56.6%, 일반용 21.4%, 주택용 13.6%, 기타 부문이 8.4%였다. 한전의 전체 판매량 중 13.6%만이 주택용이었다니 전력수요량의 13.6%가 주택용이었다고 가정할 때 주택용 전력 수요가 현재보다 2배로 늘어도 전국의 발전설비 용량을 초과하지는 않을 것 같다.

게다가 2011~2012년 전력 대란을 겪으면서 원자력이나 석탄에 비해 짧은 준공기간 덕에 새로운 전력원으로 부각되면서 늘어난 LNG발전소 설비용량은 지난 3월 기준 32.5GW로 5년간 50%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LNG발전소의 가동률은 해마다 낮아져 2014년 53%였던 가동률이 올해 들어 30%를 밑돌기 시작했다. 발전원가가 싼 원자력, 석탄, LNG 순으로 가동하다 보니 LNG발전소의 가동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한국전력이 LNG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전기 도매가격은 2012년 1㎾h당 160원에서 올 5월 64원으로 60%가량 떨어졌다. 1㎾h당 64원은 월 100㎾h 이하로 사용하는 가정에 적용되는 요금 수준이다. 즉, 주택용 전기 대부분은 원가 이상의 요금을 받을 것이며 한전은 수조 원대의 이익을 내고 있는 반면, 수조 원을 들여 지은 LNG발전소가 애물단지가 돼 최근에는 LNG발전사들이 매물로 나오는 실정이다.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적용해 전기 사용을 줄이겠다는 친환경적인 제도에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다. 다만, 전력요금 누진제로 인해 온 국민이 여름을 즐기긴커녕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바라는 원시시대와 같은 삶을 사는 것에 대해서도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한 달에 300㎾h 미만을 사용하는 가정이나 600㎾h 이상을 사용하는 가정이나 한여름 에어컨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누진제 적용으로 전기요금 포탄을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서민이나 부자나 모두 마찬가지다.

열대야(熱帶夜) 때문에 밤잠을 설친 회사원들이 회사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또, 창의적인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잠을 못 잔다면 창의적인 일은커녕 단순 반복 작업도 제대로 하기 힘들 것이다. 진정 비싼 LNG발전 사용을 줄일 목적이라면 산업용 전기가 덜 필요한 한밤중에라도 전력요금을 달리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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