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발언 / 주디스 버틀러 지음, 유민석 옮김 / 알렙

‘혐오 발언에 저항하라.’ 미국의 철학자이자 젠더 이론가 주디스 버틀러의 주장이다. 상처 주는 말, 혐오 발언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그의 제안은 여러 시사점을 안긴다.

많은 운동가와 학자들은 혐오 언어는 폭력 행위이자 차별적 행위이기에 법률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KKK단이나 네오나치 집단의 위협은 불법적 폭력 행위 이상이며 이들의 차별적·선동적 발언은 개인의 안전과 자유를 부정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혐오 발언을 방치하는 것은 이를 승인하는 행위로 규제와 제재는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버틀러는 혐오 언어에 반대하지만 규제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혐오 발언이 항상 기계적이고 정확한 효과를 낳지 않기 때문이다. 혐오 발언과 효과 사이에는 일정한 거리가 있는데 이 거리가 오히려 저항, 전복의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혐오 발언에 대한 패러디, 랩음악, 성희롱이나 성차별, 언어폭력에 대한 증언 등이다. 무엇보다 국가는 혐오 발언을 편파적이고 자의적으로 해석하기에 이에 대한 규제는 역으로 소수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강화되기 쉽다. 이에 버틀러는 ‘침묵 속에서 말하기’, 가치 전도와 되받아쳐 말하기를 제시한다. 발언자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되받아쳐 발언을 전도함으로써 오히려 발언자를 곤경에 빠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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