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차량 공유 및 택시호출 애플리케이션인 디디추싱이 깔린 휴대전화.
중국의 차량 공유 및 택시호출 애플리케이션인 디디추싱이 깔린 휴대전화.
중국 산둥성 지난시에서 한 남성이 디디추싱의 대형 로고 앞에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중국 산둥성 지난시에서 한 남성이 디디추싱의 대형 로고 앞에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디디, 우버차이나 인수로 본 자국기업 보호

최근 중국의 차량 공유 및 택시호출 애플리케이션인 디디추싱(滴滴出行)이 이 분야 세계 최대 기업인 우버의 중국 법인인 우버 차이나를 인수해 중국 시장의 93%를 차지하면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의 중국 진출 패배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중국 현지의 특수상황과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보호 정책으로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디디와 우버는 인수 발표 직후부터 바로 고객 보조금을 철회해 이용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등 독점 논란도 지속하고 있으며 정부 당국이 반독점 심사를 하겠다고 나섰으나 실제로 정부가 합병에 제동을 걸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中 토종 기업의 완승 뒤에 드리운 강력한 ‘국가’ 그림자 = 11일 외신들은 이번 합병을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던 미국 기업이 또 한 차례 실패한 사례로 평가했다.

구글은 검열에 대한 우려 등으로 지난 2010년 중국에서 검색 엔진 서비스를 중지했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는 중국 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애플도 매출 둔화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아마존도 중국에서 토종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밀리고 있다.

우버는 다른 사례들과 비교하면 사업 철회가 아니라 파트너를 만나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을 맞은 셈이어서 긍정적인 편이다.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스의 전 중국 지사장인 페싱웨이는 싱가포르 투데이에 ‘왜 미국 인터넷 공룡들은 중국에서 실패하나’라는 기사를 통해 그 이유를 분석했다. 구글, 야후, 아마존, 이베이, 마이스페이스, 그루폰, 유튜브, 트위터와 페이스북까지 많은 미국 인터넷 공룡들은 전 세계 각국에서 승승장구했지만, 대부분 중국에서는 실패했다.

중국은 무려 7억 명이라는 막대한 인터넷 사용자를 보유한 ‘군침도는’ 시장이지만 그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중국 ‘IT 공룡’ 기업들은 엄청나게 빠른 성장과 그 규모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기업으로 자랐지만 IT 공룡들은 대부분 아직은 미국의 아이디어를 본떠 만든 것에 불과한 게 사실이다. 웨이신(微信·위챗)은 채팅과 게임, 파일 공유와 요금 지불이 가능한 와츠앱을, 웨이보(微博)는 트위터를, 디디는 우버를 본떴다. 야후와 구글이 생긴 뒤 한참 뒤에 중국 내 토종 검색엔진 바이두(百度)가 탄생했으며 알리바바는 이베이를 본떴고 유쿠(優酷)는 유튜브의 중국판이나 다름없다.

뒤늦게 등장한 ‘카피캣’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미국 업체들의 중국 시장 부적응 외에도 강력한 국가의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온라인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국가다.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여론 통제 수단으로 해외 온라인 접속을 차단하는 강력한 ‘만리방화벽’을 뚫고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구글은 중국 시장을 접어야 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굴욕적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직접 중국에 러브콜을 보내며 중국 시장 진입을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없다. 그나마 ‘여론’과 ‘정보통제’의 대상에서 조금 비켜간 우버는 중국에서 사업을 할 수는 있었던 셈이다.

◇미국 IT 공룡들은 어떻게 중국 시장에서 실패했나 = 국가의 통제 외에도 미국 IT 공룡들은 현지 상황에 발빠르게 보조를 맞추지 못한 점도 패인이다. 우버는 중국에서는 접속도 어렵고 부실한 구글 지도를 사용하길 고집했다. 또 신용카드가 보편화하지 않은 중국 특성을 무시하고 신용카드를 결제 수단으로 하는 미국 모델을 그대로 가져왔다. 경쟁자 디디가 중국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채팅앱인 위챗에 연결된 위챗 머니를 결제 수단으로 해 편리성을 높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베이 역시 2003년 중국 진출 당시 경매라는, 중국인에게 생소한 방식을 고집하는 동안 토종 후발 주자 알리바바의 타오바오(淘寶)는 바로 물품 단순 판매 플랫폼으로 변신했다.

두 번째는 중국 시장에서 ‘느리고 꾸준한 것’은 패배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온라인 산업은 빠르게 변화한다. 해외에서 창의적인 사업 모델이 생기면 빨리 베낀다.

그루폰이 2011년 초 중국 진출을 시도했을 때는 이미 중국에 수많은 소셜커머스 카피캣 업체들이 자신들끼리의 경쟁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루폰의 중국 도메인 ‘groupon.cn’은 이미 중국 토종 경쟁업체에 선점돼 있었다. 우버 역시 중국 진출 속도가 너무 더뎠던 것이 실패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온라인은 ‘공짜’ 혹은 ‘저렴한 것’이라는 중국인의 인식에 맞지 않게 구글은 2000년대 초 음악을 무료로 서비스하지 않았으나 토종 경쟁상대 바이두는 콘텐츠를 공짜로 뿌렸다. 구글도 2009년 뒤늦게 합류했지만 이미 시장을 선점당한 뒤였다.

아마존은 2004년 주요 유통업자를 거쳐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전달했지만 타오바오는 직접 수많은 소규모 판매상과 소비자를 연결해 가격을 낮췄다. 일단 ‘아마존은 타오바오보다 비싸다’는 인식이 자리잡히자 되돌릴 수 없었고 아마존이 지난해 알리바바의 온라인 판매 플랫폼인 티몰에 입점하는 수모를 겪으면서 게임은 끝났다.

베이징 = 박세영 특파원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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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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