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산업용 인상 제외키로
정부와 여당이 전기요금 누진제 구간의 한시적 완화라는 ‘땜질처방’으로 여론의 비난을 잠시 비켜갔지만,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가파른 누진율을 손봐야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야당은 전기요금 인하를 주장하면서도 발전 단가가 낮은 원전 건설을 가로막는 법안을 내는가 하면, 누진제도의 문제점을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전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정책 혼선을 부추기고 있어 향후 정부의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자체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당정협의를 통해 나온 전날의 주택용 누진제 전기요금 경감 방안에 대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보고한다. 정부는 한국전력공사의 약관을 수정해 전기요금 누진제 전 구간에 대해 50kWh씩을 확대한 요금을 적용해 7∼9월 소비자들의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준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누진제 개편을 논의할 태스크포스(TF)에는 분야별로 다양한 전기 소비자를 참여시켜 누진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방침이다. 누진제 도입 취지인 에너지절약 효과와 소득재분배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사회변화에 따른 현행 제도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번 조치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누진제 자체의 불합리성을 그동안 지적했는데 정부가 선심 쓰듯 3개월만 인하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장사꾼 같은 대책”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에 “가정용 전기요금 인하라고 생색은 냈지만, 애들 껌값 (수준의) 찔끔 인하라면 이건 완전 쇼”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정부는 향후 누진제 개편 TF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제외할 방침이어서 야당과의 갈등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지금까지 대기업들이 주택용보다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상당한 특혜를 누렸기 때문에 추가적인 전기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당의 경우 이 같은 내용 등을 당론화한 상태이고, 소관 상임위원장이 국민의당 소속인 장병완 의원이어서 이날 진행되는 정부 측의 상임위 보고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주택용 전기요금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원자력발전 가동에 대해선 반대하는 이율배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기요금 인하로 전력소비량이 증가할 경우 안정적인 전력 예비율 확보를 위해서라도 원전의 가동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야당은 신규 원전 건립을 막는 ‘전원개발촉진법 폐지안’과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금까지 누진제 개편을 미뤄온 정부의 책임도 크다. 사실상의 요금인하 효과를 갖고 있는 한시적 누진제 완화로 인해 전력 수요가 급증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요금 인하 요구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화석연료 발전 축소 정책 지연, 한전 수익 악화 등도 정부가 향후 누진제 TF에서 조율해야 할 사안들이다. 조성봉(경제학) 숭실대 교수는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은 변화하는 사회 상황에 맞춰 전기요금 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여러 이해관계자의 상황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김동하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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