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876명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교통 사범 142만 명에 대해 특별 감면을 실시했다. 대상은 지난해 7월 13일부터 올 7월 12일까지 교통법규를 위반하다 적발된 사람들이다. 이번 조치로 129만 명이 ‘벌점 삭제’ 혜택을 받았고, 면허가 정지됐거나 정지 절차를 밟던 6만8000여 명이 다시 운전대를 잡게 됐다.
이 소식을 접한 순간 ‘깨진 유리창 이론’이 떠올랐다. 제임스 윌슨 전 하버드대 교수와 그의 제자 조지 켈링 교수가 지난 1982년 월간지 ‘애틀랜틱’에 발표하면서 유명해진 이 이론은 깨진 유리창을 고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지나가는 사람들이 관리자가 없는 건물로 생각하고 다른 유리창도 모조리 깨뜨린다는 내용이다. 작은 범죄라도 엄하게 다뤄야 큰 범죄로 확산되는 걸 막을 수 있다는 ‘무관용’이 그 요체다. 며칠 전 빌 브래턴(68) 뉴욕 경찰청장이 곧 물러난다는 외신이 전해지면서 이 이론은 국내 신문 지면에 다시 등장했다. 이 정책 신봉자인 그는 뉴욕시 범죄율을 크게 떨어뜨려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교통 사면(赦免)’은 양날의 칼이다. 생계형 운전자에게 생업 복귀의 길을 열어주는 반면 도덕적 해이를 조장해 교통사고 증가의 주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 분석에 따르면 사면조치가 실시된 다음 해와 그 이듬해 교통사고 건수가 각각 3%, 5% 늘었다.
역대 정부가 교통 사면을 ‘남발’하는 건 흉악·파렴치 범죄에 비해 교통 범죄에 대해 유독 관대한 국민 정서, 그리고 시혜 대상이 많아 보이는 전시 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교통 사범은 그 경중에 관계없이 한순간에 다수의 생명과 이들 가족의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는 중대 범죄다. 사면 대상 심사 때 극도로 엄격해야 하는 이유다. 가뜩이나 요즘 툭 하면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해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지 않은가. 바로 이틀 전에도 전남 여수 마래터널 안에서 25t 트레일러 10중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해 휴가를 떠난 일가족 등 10명이 참변을 당했다. 한 달 전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입구에서 관광버스가 5중 추돌사고를 일으켜 41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들 사고 원인은 모두 졸음운전이다. 한국은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악일 만큼 ‘교통 후진국’이다. 이대로 가다간 ‘사면 후진국’이란 오명이 덧씌워질 날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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