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식품영양학은 각종 호르몬과 영양소, 칼로리 등의 분석을 통해 수천 년 동안 노후화된 인체 화학공장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시도를 해오고 있지만, 문제는 인체 화학에너지가 처리되는 방식이 그렇게 기계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인간의 입맛(식욕, 소화력, 대사율, 포만감 등)은 수시로 변한다. 타고난 신체조건과 자라온 환경, 문화적 관습, 그때그때의 기분과 감정상태, 시공간적 기후조건 등에까지 영향을 받기 때문에 거의 매 끼니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입맛이다.
예를 들어 마음이 급할 땐 자장면이 당기는데, 상대가 짬뽕을 먹으면 순간 거기에 입맛이 당긴다. 음주 후에는 맑고 얼큰한 국물이 생각나지만 다음 끼니쯤 되면 또 기름진 고기가 먹고 싶어진다. 엄마를 떠올리면 찌개나 조림이 생각나지만,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은 날이면 근사한 서양식 요리가 맛있어 보인다. 바다에 가면 왠지 담백한 생선회를 먹어야 할 것 같고, 산장에 가면 진한 백숙과 삼계탕이 별미로 다가온다.
요컨대 한 인간이 그리는 미각(味覺)의 지도(地圖)에는 ‘육체적인 체험’의 영역과 ‘정신적인 취향’의 영역이 서로 교직되는 신경발생학적 지형도가 드러나 있다. 동의학에서는 이를 ‘오장생성(五藏生成)’이라고 한다. 일례로 심장 기능 하나만 놓고 보자. 심장의 생리활동은 맥을 합성하는 것(心之合脈)이다. 혈관이 튼튼하면 그만큼 심장 활동이 원활한 것이고 생활 면에서는 주위 환경과 관계 맺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이런 생리기능은 평소 색으로 드러난다(其榮色). 색이란 겉으로 드러난 표정이고 낯빛이다.
즉 체내에 맥이 잘 합성되면 늘 밝고 즐거운 기운이 비친다. 동시에 이러한 상태는 신장 활동을 통해 구체적으로 조절·체험(其主腎)된다. 가령 마음이 들뜨면 생각나는 건 뭐든 직접 해보고 싶다. 그래야 마음이 진정되고 직성이 풀린다. 이렇게 인체가 색을 추구하게 되면 신장 역시 충분한 길항을 통해 그것을 체험으로 감당하고자 하는데 여기서 필요한 화학적 에너지가 염분(腎欲鹹)이다. 쉽게 말해 기분이 들뜨고 심심하면 자꾸 갈증부터 나는 것인데, 이렇게 체내에 필요 이상으로 염분이 섭취되면(多食鹹) 이내 혈맥이 엉기고 막혀서 표정과 낯빛까지 달라지게(脈凝泣而變色) 된다.
평소 짭짤하게만 먹으려는 습관은 관계에 게으름을 조장하는 인체의 화학적 관성이다. 겉으로 반짝반짝할 때는 흥미가 넘치고 재밌다가도 관계가 조금만 복잡해져도 이내 쉽게 지치고 한순간에 낯빛이 변해버리는 경우가 반복되는 것이다. 요컨대 이제는 인간의 식문화 역시 단순한 감각기관의 자극을 넘어, 마음을 되새김질하고 신경망을 재구성하는 이른바 ‘심식(心食)’으로의 진화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카페방하 디렉터 lee_sy@egone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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