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지난 11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했다. 시장(市場)도 이번에 동결을 예상했었다. 문제는 금통위가 끝난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생했다. 간담회에서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향후 금리 인상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한은은 가계부채에 관한 미시적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금융위원회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전국적으로 시행된 5~7월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2.9% 줄어든 9조2000억 원 정도 늘었다고 발표했다. 어느 정도 정책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 발표다. 한은이 이 시점에 제기한 주장은 부정확했을 뿐 아니라,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면서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가계부채의 절대 규모를 줄이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물론 금리를 급격히 올려 가계가 빚을 갚지 못하면 금융권이 무수익 대출을 회수하면서 가계대출이 줄 수는 있다. 이것은 경제 재앙을 의미한다. 그럼 현재의 금리 상태에서 가계부채 관리가 가능한가. 일단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규모다. 이 비율이 1분기에 지난해 9월보다 4.9%포인트 증가한 145.6%였다. 그러나 금리가 3%에서 2.65%로 떨어졌기 때문에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의 부담은 변함이 없다. 20년 원리금 상환 시 현재 금리 수준에서 갚아야 할 원리금이 자기 가처분소득의 10% 안팎이다. 경기 불황으로 가계부채는 악화하고 있지만 아직은 관리가 가능하다.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금리 인상과 경기 불황이다. 부동산 시장은 호황 국면을 지나 지금은 조정 국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부동산 관련 담보 대출은 어느 정도 정리가 돼가는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자영업 종사자 등 서민들의 생계비 대출 등은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경기회복 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다. 단기적으로 금리 인하 등 경기 활성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2년 11월 이후 물가상승률은 목표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유지됐다. 경제성장률은 매년 낮아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은 초저금리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미국만이 고용지표를 확인하고 경제가 회복된 증거를 확보한 이후에 완만한 출구전략을 쓰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그새 기준금리를 3.25%까지 올렸다가 다시 내리고 있다. 금리를 조만간 올린다고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정책을 쓴 적도 있다. 국민이 우와좌왕할 수밖에 없다. 돈을 빌려서 투자를 해야 할지, 주택을 구입해야 할지 도무지 결정할 수가 없다. 금리가 이대로만 유지된다면 무엇이든 하겠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고 목표 물가상승률보다도 낮다. 금융시장은 금리 인하 여력이 있음을 알고 금리 인하를 예측하는 것이다.

금통위 회의록을 읽어 보면, 저금리로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악화한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금리를 올리는 것이 가계부채로 허덕이는 국민을 도와주는 길인가. 한은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대내외 경제가 불확실할 때에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정책의 기본이다. 구조조정과 신성장동력으로의 자금 이동을 위해 위험을 흡수할 최종 대부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수출 증가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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