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 두 개의 씨앗이 각고의 노력 끝에 발아돼 과거 벽화에 등장했던 청초하면서도 단아한 연꽃을 700년의 시간을 넘어 아름답게 피워냈다. 이처럼 연의 씨앗은 수백 년, 수천 년의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다가 조건이 주어지면 다시 싹을 틔우는데, 아득한 과거를 현재의 시간으로 잇는(連) 모습 때문에 연(蓮)이라는 이름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연이야말로 버릴 것이 없는 식물이다. 연잎, 연근, 연꽃잎뿐만 아니라 연꽃의 수술과 꽃받침, 잎과 꽃의 줄기, 그리고 씨앗과 씨방, 씨앗 껍질까지 각각 쓰임에 맞게 약재와 식재료로 두루 사용된다. 아삭한 식감으로 식탁에 자주 오르는 연근은 코피나 각혈 등 출혈을 막는 지혈약으로 쓰이고, 널찍한 크기로 밥 지을 때 싸는 연잎은 무더울 때 더위를 먹어 발생하는 설사와 두통을 멎게 한다. 그야말로 약식동원(藥食同源)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연의 씨앗인 연자는 강인한 생명력이 특징이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씨앗 가운데 배(胚) 부분인 연심(蓮心), 배를 싸고 있는 연자육(蓮子肉)이다. 연자육은 성질이 평(平)하여 한열온랭에 치우치지 않고 그 맛이 달면서도 떫어서, 부족한 기운을 보충함과 동시에 바깥으로 누수되는 기운은 거두어들인다.
비장의 수습(水濕)을 제어, 관리하는 기능을 북돋아 설사를 멎게 하고 혈당을 조절하며, 신장의 저장·응축 기능을 높여 잘 갈무리된 진액인 정(精)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한다. 또한 심장의 불규칙한 박동을 조율하여 숙면을 돕고 불안으로 인해 자꾸 뜨는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반면 연심은 연자육과는 달리 성미(性味)가 차면서도 맛이 쓰다. 그래서 열이 가슴에 몰려 답답하고 목이 자꾸 마르며 어찌할 바를 몰라 불안한 극도의 정신적 스트레스 상황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몸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아 마음에 번민이 쌓일 때는 연심이 포함된 연자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연자를 복용할 때 날것보다는 찌거나 약한 곁불로 익힌 것이 좋은데, 연심에 있는 알칼로이드 성분이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자로 우려낸 차를 연자수(蓮子水)라 하며 익힌 연자를 살짝 덖어 말린 연잎과 깨끗하게 세척한 연방과 함께 10분 정도 우려내면 붉은색의 차가 만들어진다. 참고로 너무 오래 끓이면 떫은맛이 강해지기 때문에 색이 우러나오면 빼주는 것이 좋다. 수(水)라고 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평소에 마시는 생수 대용으로도 좋고 음식을 조리할 때 베이스로 사용해도 좋을 정도로 맛과 향이 훌륭하다.
또한 연자는 죽으로도 만들 수 있는데, 신사임당과 그의 아들 율곡 이이도 즐겨 먹던 음식이다. 약 3시간 정도 불린 멥쌀과 밥을 연자와 함께 믹서로 곱게 갈고 그 물을 냄비에 올려 약하게 천천히 저어가며 끓여주면 걸쭉한 죽이 완성된다. 연자죽은 평소 위가 약해 소화력이 떨어져 항상 기력이 부족한 경우 아침 식사대용으로 꾸준히 복용하면 좋은 음식이다.
유창석 차서레시피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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