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代 총선 이후 ‘지형 변화’

새누리·더민주 보수색채 내며
보수성향 지지층 크게 늘어나
국민의당은 중도 비중 42.1%
다른 정당에 비해 압도적 많아

정책이 與野 정쟁으로 확대땐
찬반 입장 언제든지 바꿀수도


20대 총선은 한국 선거의 견고했던 여러 통념을 깨뜨린 선거로 꼽힌다. 보수의 신화가 저물었고, 영호남 지역 구도에는 균열이 생겼다. 중도를 표방한 국민의당이 38석을 얻어 제3당이 됐다.

류재성 계명대 교수의 논문 ‘집단 간 갈등 인지 결정요인 분석’에 따르면, 20대 총선 이후 한국 유권자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감소했고, 중도 유권자들은 증가했다. 중도 유권자는 19대 총선 후에 비해 6.9%포인트 늘어났지만, 보수 유권자는 7.5%포인트 줄었다. 20대 총선이 보수 유권자들의 ‘변심’ 속에서 치러진 셈이다.

늘어난 중도층은 무당파가 아닌, 국민의당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19대 총선 당시 37.9%에 달했던 무당파는 20대 총선 후 38.2%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렇다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층이 늘어나지도 않았다. 신생정당인 국민의당만 12.3%의 새로운 지지층을 형성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잇단 우클릭 행보는 곧 양당의 지지층 변화를 초래했다. 새누리당 지지자 중 보수성향 유권자 비중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진보 유권자 비중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새누리당 대선주자들이 내년 대선 경선을 앞두고 당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선명한 보수색채를 드러낼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더민주의 지지층 지형도 요동쳤다. 보수 성향 유권자 비중이 크게 늘었고, 중도 비중은 오히려 하락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2012년 대선 패배 후 외연 확장을 위해 안보 행보를 강화하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진영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을 잇달아 영입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당초 중도로의 확장을 위한 전략적 행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보수층 유입과 중도층 이탈을 초래했다.

국민의당 지지층은 중도 성향 유권자 비중이 42.1%로 다른 정당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지만, 진보 유권자 비중도 45.2%에 달했다. 보수 비중은 12.7%에 불과했다. 20대 총선 후 더민주가 잇단 우클릭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국민의당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등 현안에 대해 진보 색채를 더욱 선명히 드러내는 것도 이런 지지층 지형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보수’ 또는 ‘진보’라고 확신하는 유권자들이 구체적인 정책을 거론하면 반드시 보수, 진보 성향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됐다. 예를 들어 ‘국가보안법은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보수층 47.6%가, ‘경제성장이 복지보다 정책적으로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진보층 52.7%가 동의했다. 북한 및 안보 관련 정책에서는 보수 입장이 진보 입장보다 다수였고, 경제 정책에서는 진보 입장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권리보장에서는 중도 입장이, 자유권 등 기본권 문제에서는 진보 또는 자유주의적 입장이 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정책과 이념 간 불일치는 곧 소모적인 정치 이념논쟁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구체적인 정책에는 충분히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유권자들도, 이러한 정책이 여야 간 정치적 쟁점으로 확대되면 언제든지 찬반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더민주 간 보혁대결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정치지형 변화에 따라, 보수 또는 진보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대선후보의 탄생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예전처럼 유권자들이 여야 두 편으로 분명히 갈려 투표를 하는 선거 관행은 이제 깨졌다는 것이다. 중도층이 두꺼워지면서 새누리당 후보라도 보수층 결집만으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으며, 야권 후보는 중도로의 외연 확대가 필수적인 시대가 됐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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