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기 고려대 교수·북한학 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하급간부들과 북한 주민들에게 “통일은 어떤 차별과 불이익 없이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핵과 전쟁의 공포가 사라지고 인간의 존엄이 존중되는 통일시대를 열어 가는 데 동참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경축사의 특징은 ‘추석 이산가족 상봉’ 등과 같은 거의 관행화한 유화적 대북 제안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대신 박 대통령은 ‘핵·경제발전 병진노선’을 고집하는 북한 지도부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접고 하급간부와 주민들을 직접 겨냥해 ‘통일시대의 동참’을 호소했다. 김정은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는 새로운 대북 접근 방식이다. 이는 북한 주민들이 한반도 통일에 대해 품고 있는 막연한 경계심과 불안감을 없애는 동시에 폭정과 폭압을 일삼는 김정은 정권을 고립시키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기존 대북 정책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즉, 도발→대화→보상의 악순환을 끊고 북한 체제의 근원적 변화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흔히 ‘독재자 통치의 5대 수단’으로 △200명 내외의 핵심측근의 절대적 지지 △핵심 측근의 충성심을 유발하기 위한 권력과 부(富) 제공 △핵심 측근에 진입하려는 신구 세력 간 충성 경쟁 유도 △배신자에 대한 숙청·처형 △외부 정보의 철저한 통제가 꼽힌다. 독재자는 이 수단들의 조합을 적절히 구사한다. 박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북한 당국의 간부들과 북한 주민 여러분’이라고 한 것은 통일 이후 김정은과 핵심 측근을 제외한 간부와 주민들이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게 하겠다는 메시지이며, 이들을 대상으로 대북·통일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전체주의 독재국가에서 폭압 정치는 배신자에 대한 일상적 행위이며, 공포와 두려움을 유발해 복종을 강제할 수 있다. 권력 기반이 취약한 김정은이 폭압 정치를 강화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집권 4년 동안 80명 이상의 고위급 장성과 간부를 처형·숙청한 것이 그 실상을 잘 보여준다.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해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국제사회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결의 제2270호를 발효함으로써 김정은의 통치자금 조달은 난관에 봉착했다. 통치자금이 핵심 측근에게 경제적 부를 제공하는 수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통치자금을 차단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동원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사드 배치 문제를 구실로 중국을 통한 자금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의 제3국 제재(세컨더리 보이콧)의 엄격한 시행이 절실하다.

김정은은 외부 정보가 유입돼 김일성·김정일의 허구적 신화와 사회주의 이상사회의 비현실성이 밝혀지는 걸 두려워 한다. 김정은이 대북 방송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건 정보 유입에 대해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 접근권을 넓혀주기 위한 다양한 정보 제공 수단을 개발해야 한다. 이때 정보는 지역·세대·계층·직업 등에 따라 맞춤형으로 개발, 제공해야 한다. 특히, ‘재스민 혁명’이 휴대전화로부터 촉발됐다는 점에서 북한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현재 북한에는 인트라넷이 구축돼 있고 휴대전화 370만대가 보급돼 있다.

따라서 통치자금 차단을 통해 김정은의 독재 권력을 약화시킬 전략과, 정보 접근권을 확대해 북한 주민의 권한을 강화시킬 수단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북한의 근원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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