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한 김현우 선수가 지난 15일 오후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5㎏급 동메달을 따고도 금메달을 못 딴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한 김현우 선수가 지난 15일 오후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5㎏급 동메달을 따고도 금메달을 못 딴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레슬링하다 다친 팔 부여잡고
눈물지으며 사죄하던 김현우

축구 손흥민 - 펜싱 신아람도
“응원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

학업·운동 병행 외국선수들
우리의 ‘성적 집착’과 달라
스포츠, 자기와의 싸움 돼야


“오늘 광복절에 금메달을 따고 태극기 휘날리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너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지난 15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5㎏급 동메달을 따낸 김현우(28) 선수는 경기 중 다친 팔을 부여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했던 그는 16강전에서 판정 논란 속에 러시아 로만 블라소프에게 패한 뒤 패자부활전을 통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값진 메달을 따냈지만 그는 2분여간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수차례 죄송하다고 밝혔다.

김현우 선수뿐만이 아니다. 이번 리우올림픽에 참가해 선전했지만 아쉽게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은 인터뷰에서 앞다퉈 “죄송하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올림픽 남자 축구 8강전에서 탈락한 축구대표팀의 손흥민 선수도, 11일 메달 획득에 실패한 펜싱 신아람 선수도 응원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고생한 선수들이 너도나도 죄송해하는 것은 성적에만 집착하는 엘리트 체육 기반의 우리나라 스포츠계 생리와 무관치 않다. 특히 비인기 종목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국가대표’ ‘올림픽 메달’만을 목표로 학업도 뒤로 한 채 자기와의 싸움을 벌인다. 국민 역시 1%의 엘리트 선수만을 바라보고 그들의 메달을 기다리며 선수들이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 비난을 쏟아내기도 한다.

지난 7일 유도 여자 48㎏급에서 우리나라의 정보경 선수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낸 아르헨티나의 파울라 파레토 선수의 직업이 내과의사로 밝혀지며 큰 화제를 모았다. 2014년 3월 부에노스아이레스 의대를 졸업한 파레토 선수는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며 2008 베이징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까지 수확했다. 한 체육인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좋아하는 운동을 즐기는 파레토 선수의 모습을 부러워하는 우리 체육인들이 많다”며 씁쓸해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다른 나라 선수들도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그러나 인터뷰 내용을 보면 그들의 눈물은 사죄의 눈물이 아닌 4년의 노력에 대한 짙은 아쉬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 다음 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컵에서 우리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게 된다면 그 눈물은 국민에 대한 ‘죄송함’이 아닌 온전히 선수 자신의 ‘지성(至誠)’에 대한 위로의 눈물이길 바란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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