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작물 재배전환 보조금 지급
농식품부 내년예산 배정 요구

“과거 유사제도 효과 못봤다”
기재부, 예산편성 부정적 입장


쌀 소비촉진 등을 위해 제정된 18일 ‘쌀의 날’을 맞이해 전국에선 관련 행사들이 열리고 있지만 각 지역 미곡종합처리장(RPC)에 쌓여가는 쌀을 처분할 방법이 없어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경작지를 줄여 생산을 축소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예산 당국이 난색을 보여 ‘농정(農政)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18일 농식품부는 최근 내년도 예산안에 ‘논 타(他)작물 재배지원 사업’ 항목을 추가해 900억 원의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했다. 이 사업은 쌀 소비량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쌀 생산량은 더 늘어나는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쌀 생산량을 줄여 쌀 가격 인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쌀 직불금 수요를 축소하기 위한 것이다.

이미 쌀 생산량은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농식품부와 농협에 따르면 정부양곡창고(6월 말 기준)에 175만t의 쌀이 쌓여 있다. 재고가 많아 시중 쌀 가격도 떨어져, 과거 대형마트 등에서 20㎏당 6만 원대에 팔리던 고급 쌀이 최근엔 절반 수준인 3만7000원대로 떨어졌다. 쌀 시세가 떨어지면 농가의 수익을 보전해주기 위해 지급되는 쌀 직불금에 대한 부담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매년 평균 28만t의 쌀이 과잉공급돼, 당장 생산단계에서 조절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농식품부의 입장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 연말 쌀 수급 중장기 계획에서 2016년부터 3년간 총 8만5000㏊의 쌀 경작지를 타작물 재배지로 전환시킨다는 계획과 함께 타작물 경작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내년부터 추진키로 했다.

기재부는 이 사업 도입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 내용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과거 유사한 제도를 시행한 적이 있었고,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쌀 생산량이 급증해 논에 쌀 대신 다른 작물(콩)을 심는 것을 장려했는데 농민들이 대체작물을 너무 많이 심어 해당 작물 가격이 폭락하는 등 시장교란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 쌀의 정확한 수요·공급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았고 11월 직불금제도 개선이 예정돼 있어 현시점에서 선뜻 이 사업에 대한 예산을 반영해주기 어렵다는 게 기재부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회가 열리면 또다시 쌀 가격문제가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쌀 생산 조정 사업이 서둘러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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