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발적 결성 모임 ‘락 동아리’
자유토론 하다가 제품화까지
업무外 주제로 대화 ‘두 토크’
2년간 3000명 참가 지식나눔
“주어진 과제에 매몰되기 보다
다방면 소통하며 창의력 키워”
# 장면 하나.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10일 정오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 설계2동 한 회의실. 젊은 연구원 6명이 점심도 거르고 모여 열띤 토론 중이었다.
이날 모임은 연구·개발(R&D) 담당 연구원들의 자발적 학습·연구 ‘락(樂·ROCK)동아리’의 하나인 ‘매드 포 카홀릭(Mad for Carholic)’의 아이디어 회의였다. 1월 만들어진 매드 포 카홀릭은 외장램프시스템설계팀을 비롯해 후륜구동내외장설계팀, 리드설계팀, 컨트롤설계팀 등의 2∼4년차 연구원 8명이 모여 차량 램프 관련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모임이다.
회의 시작과 함께 김형선 연구원이 “지난번 회사에서 반려한 아이디어를 내가 보완했는데 이걸 모델링(제품 등 입체 형상을 컴퓨터 공간에 구현해 내는 작업)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을 꺼내자 같은 팀 김정빈 연구원이 “한 40∼50분 정도 주면 가능할 거 같은데”라며 받았다. 김형선 연구원이 잽싸게 “그럼 형이 오후 10시부터 잠깐 해주면 되겠네. 그것만 보완하면 특허 받아줄 수 있대”라고 말하자 웃음이 쏟아졌다.
김형선 연구원은 “평소 친한 또래 연구원들끼리 쉬는 시간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아예 정기모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며 “업무로 일하는 것이 효율성은 있지만 창의적 생각을 도출하는 것은 마음 맞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하는 게 효과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연구원 한 명당 1년에 특허 2∼3건을 출원하기 쉽지 않지만 매드 포 카홀릭의 경우 모임이 만들어진 지 몇 개월 만에 특허 8건이 채택됐고 2건도 채택을 앞두고 있다.
# 장면 둘. 같은 시각 바로 옆 설계1동의 한 강의실에는 연구원 40여 명이 5개 조로 나뉘어 도시락을 앞에 두고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두(Do)! 토크(Talk)’라는 이름의 이 행사는 매주 2∼3회 점심시간을 활용해 연구원들이 평소 접하기 힘든 인문·사회과학·디자인 등의 주제를 두고 간단한 강연이나 영상을 접한 뒤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이날은 손으로 직접 쓴 편지가 주는 유익에 대해 얘기해 보는 자리였다. 머리 희끗한 고참연구원부터 갓 입사한 신입사원까지 연령대도, 성별도, 팀도 각기 다른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지만 스스럼 없이 언제, 누구에게 마지막으로 편지를 써봤는지 등에 대해 대화를 이어갔다.
행사 준비를 맡은 김설경 R&D문화개발팀 사원은 “업무 외에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행사를 시작했다”며 “2014년 8명이 김밥을 먹으면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매회 평균 50명 이상이 참가해 누적 참가자가 3000명을 넘었다”고 웃었다.
남양연구소를 비롯한 R&D 부문은 현대·기아차가 완성차업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고속성장해 글로벌 완성차 5위 업체로 자리매김하는 데 누구보다 혁혁한 공로를 세운 1등 공신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미래 자동차 관련 기술이 세분화·전문화하면서 지식과 아이디어를 나누고 공유하는 창의적 문화 조성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때마침 나타난 자발적 지식 공유 움직임에 회사 측 지원이 더해져 갈수록 확산되는 모양새다.
현재 현대·기아차 R&D 부문에서 운영되는 지식공유 프로그램은 락동아리를 비롯해 두! 토크, 아이디어 페스티벌, 시냅스리더 등이 대표적이다. 2010년 시작된 락동아리는 연구원들이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꺼내놓고 함께 이야기하는 자발적 지식학습·연구공동체 활동 촉진 프로그램으로 현재 남양연구소에만 50여 개의 동아리가 활동 중이다. 직접 R&D 업무 외에 다양한 지식 분야에 대해 생각을 공유해 보자는 취지의 문화 프로그램인 두! 토크는 매주 2∼3차례 소규모 포럼 프로그램이 열리고 1년에 2차례는 외부 연사까지 초청해 강연 콘퍼런스를 진행한다. 이밖에 연구원들의 독창적인 미래차 아이디어를 실물로 제작해 시연하는 아이디어 페스티벌과 더 나은 리더가 되기 위해 리더십 관련 의견과 지식을 나누는 시냅스리더 역시 회가 거듭될수록 참가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연구원들이 주어진 과제에만 매몰되기보다 다른 사람들과 자유롭게 생각과 지식을 나누는 과정에서 유연하고 독창적인 생각이 나오는 만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 =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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