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오른쪽)가 18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 3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태권도 여자 49㎏급 결승에서 세르비아의 티야나 보그다노비치에게 뒤돌려차기 공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소희(오른쪽)가 18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 3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태권도 여자 49㎏급 결승에서 세르비아의 티야나 보그다노비치에게 뒤돌려차기 공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소희, 女 49㎏급 첫 출전 金

강인한 체력·집요한 끈기 강점
46㎏급서 체급올려 땀방울 2배
종주국 자존심 지킨 ‘악바리’

“태권도가 욕 많이 먹어 속상
저희 5남매 격려해 주셨으면”


18일 오전(한국시간) 금메달을 딴 김소희(22·한국가스공사)는 태권도 여자 49㎏급이란 점을 고려하더라도 키(165㎝)가 작은 편이다. 하지만 근성과 특히 체력은 무척 강하다.

서울체고 1년이던 7년 전 지구력을 테스트할 겸 출전했던 코오롱 구간 마라톤에서 종합 3위에 올랐을 만큼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자랑한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은 ‘산소통’.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엔 행운이 함께했다. 우선 천신만고 끝에 올림픽 출전권을 얻었다. 2012 런던올림픽까지는 한 국가에서 태권도 남녀 2체급씩, 4체급에만 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리우올림픽부터 체급별로 국가별 출전 제약이 없어져 김소희에게 기회가 왔다. 런던올림픽 때까지 한국은 올림픽 태권도 여자 49㎏급에 출전한 적이 없다. 메달 획득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이었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중국의 우징위(29)가 8강전에서 탈락한 것도 도움이 됐다. 우징위는 2008 베이징, 런던올림픽에서 2연패를 차지한 강적. 게다가 김소희는 우징위와 2차례 맞붙어 모두 패했다. 대진표에 따르면 우징위와 김소희는 결승전에서 맞붙게 됐으나 우징위가 떨어지면서 걸림돌이 제거됐다.

김소희는 8강부터 결승까지 3경기를 모두 1점 차로 승리했다. 8강에서는 종료 4초 전 3점 공격에 성공해 역전승을 거뒀다. 준결승에서는 연장전까지 간 끝에 몸통 공격으로 1점을 챙겨 승리했다. 결승에서는 7-6으로 경기가 끝났지만, 경기 종료와 동시에 몸통 공격이 성공했다며 상대 선수 측이 비디오 리플레이를 신청해 마지막까지 숨죽이는 시간을 겪었다.

물론 김소희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어울리는 출중한 기량을 갖췄다. 김소희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태권도에 입문했고, 서울체고에 재학 중이던 2011년 경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6㎏급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2013년 멕시코 푸에블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46㎏급 2연패를 일궜고 2014 인천아시안게임 46㎏급에서 우승했다.

김소희의 주무기는 뒷발얼굴차기. 뒷차기와 얼굴차기에 모두 능하다.

김소희는 46㎏급 세계선수권을 2연패한 강호지만 한 체급 위 선수들과 겨뤄야 하는 올림픽을 대비해 누구보다 더 많은 땀방울을 흘렸다. 49㎏급 선수에 비해 체격과 신장이 불리할 수밖에 없고, 강적들도 더 많다. 결승에서 대결한 티야나 보그다노비치(18·세르비아), 준결승에서 맞붙은 야스미나 아지즈(25·프랑스)는 49㎏급 선수다. 김소희는 지난 3년 동안 오픈대회와 일반대회는 46㎏급, 그랑프리는 올림픽 체급인 49㎏급에 번갈아 출전하면서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김소희는 지난달 미디어데이에서 “평소보다 운동량도 늘리고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며 “지난 1월 휴가 때도 하루도 쉬지 않고 훈련에 매진했다”고 밝혔다. 김소희는 배우 박보검의 팬으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바둑기사 택이 역을 맡았던 박보검이 응원해 준다면 힘이 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밥가게를 운영하는 김소희의 부모는 이날 경기장을 직접 찾아 딸을 응원했다. 김소희는 “결승전이 끝나기 전까지는 (경기 중에) 엄마, 아빠를 안 보려 한다”고 하며 경기에 집중했다.

김소희는 우승 직후 “뉴스를 자주 보는데 태권도가 욕을 많이 먹었다. 저희 5남매(대표팀)는 정말 열심히 운동했으니 국민 여러분께서 알아주시고, 진짜 최선을 다해 달라고 격려해 주셨으면 좋겠다. (첫 경기에서 패했던) 태훈이가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말했다.

리우=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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