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리셴룽(왼쪽) 싱가포르 총리가 2시간여에 걸친 생방송 연설 도중 현기증 증세를 보이며 비틀거리자 보좌진들이 리 총리를 부축하기 위해 달려들고 있다.  더 스트레이트 타임스 홈페이지
21일 리셴룽(왼쪽) 싱가포르 총리가 2시간여에 걸친 생방송 연설 도중 현기증 증세를 보이며 비틀거리자 보좌진들이 리 총리를 부축하기 위해 달려들고 있다. 더 스트레이트 타임스 홈페이지
현기증·탈수… 20분뒤 돌아와
“나의 후계자 준비해야” 언급


리셴룽(李顯龍·64) 싱가포르 총리가 연설 도중 현기증 증세가 발생했음에도 2시간여에 달하는 연설을 강행해 현지 국민의 갈채를 받았다. 또 10년 이상 장기 집권하고 있는 리 총리는 조만간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22일 현지 언론과 외신보도에 따르면 리 총리는 21일 오후 싱가포르 기술교육원(ITE)에서 국경절 51주년 기념 연설을 했다. 이날 오후 6시쯤 연설을 시작한 리 총리는 말레이어로 20여 분, 중국어로 30분 이상 국민 통합과 사회 전반의 이슈에 대해 열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나 마지막 순서로 영어 연설을 하던 리 총리는 오후 8시 30분쯤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리 총리는 곧바로 테오 치 힌 부총리 등의 도움을 받아 연단에서 내려왔고, 행사는 9시 20분쯤 일시 중단됐다.

싱가포르 총리실은 “장시간 서서 연설하면서 현기증과 함께 고열과 탈수 증세가 나타났다”며 “그러나 정신을 잃지는 않았으며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후 리 총리는 20분 만에 행사장에 밝은 얼굴로 돌아와 연설을 이어갔다.

리 총리는 “기다려줘서 고맙다. 모두를 걱정시켰다”고 말한 뒤, 최근 각료회의 도중 쓰러졌던 재무장관을 예로 들면서 자신을 포함해 나이가 많은 지도부 승계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차기 총선 직후에는 나의 자리를 물려받을 사람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총리 자리를 물려줄 의향이 있음을 내비쳤다.

리 총리는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로 통하는 리콴유(李光耀) 초대 총리의 장남으로 지난 2004년 취임했다. 리 총리는 막강한 리더십으로 싱가포르를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은 자신의 부친만큼은 아니지만, 지난 12년간 싱가포르를 무난하게 잘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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