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 첫 ‘K5 PHEV’ 타보니…
시속 130㎞ 넘어도 모터 주행… 속도계만 오를뿐 조용한 실내
50㎞거리 1시간 넘게 달린 뒤 배터리 보니 아직 29% 남아
유럽 공인연비 ‘ℓ당 62.5㎞’… 혼다 어코드 PHEV보다 탁월
향후 30년 친환경차 시장 주도… 현대·기아, 출시차종 늘리기로
1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최성빈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하이브리드성능개발팀 책임연구원을 옆좌석에 태우고 7월 출시된 기아차 최초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 ‘K5 PHEV’의 시동을 걸었다. PHEV는 내연기관(엔진)과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외부충전을 통해 전기차 모드로 달릴 수 있는 거리를 늘린 친환경차다. 이날 목적지는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약 50㎞ 떨어진 경기 화성시 남양읍의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였다.
배터리 완충 상태를 확인하고 시동 버튼을 누르자 계기판이 켜지고 엔진음 없이 조용히 바퀴가 구르기 시작했다. 도로에 올라 본격적으로 가속페달을 밟자 속도계 바늘이 빠르게 올라갔지만 실내는 조용하기 그지없어 라디오 진행자 멘트 하나하나가 귀에 와서 박혔다. 전기차 모드 특유의 미끄러지듯 달리는 승차감 역시 나무랄 데 없었다. 최대한 엔진 개입 없이 전기로만 달리겠다는 생각에 조심스레 가속하자 최 책임연구원이 “K5 PHEV는 전기차 모드로도 충분한 주행성능을 낼 수 있도록 설계돼 속도가 시속 130㎞까지 올라도 엔진이 켜지지 않고 모터로만 달린다”며 웃었다.
약 1시간을 달린 끝에 남양연구소 근처에 도착하자 전기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기아차가 K5 PHEV를 출시하며 밝힌 완충 시 전기차 모드로 달릴 수 있는 최대 주행거리가 현대차그룹 본사∼남양연구소 간 거리(50㎞)에 못 미치는 44㎞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 책임연구원은 “70% 배터리로 달리는 거리를 인증받기 때문에 실제 전기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50㎞를 훌쩍 넘는다”고 자신했다. 남양연구소에 무사히 도착 후 확인해보니 배터리는 50㎞를 달렸음에도 아직 29%가 남은 상태였다.
연구소 내 친환경차시험동 배기시험실에 들어서자 또 다른 K5 PHEV 한 대가 다이너모미터(차량을 롤러 위에 올려 실제 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시험하는 장비) 위에서 연비테스트에 한창이었다. 이날 테스트는 24일부터 9월 2일까지 독일에서 열리는 유럽 기자단 시승행사를 대비해 연비와 주행성능을 최종 점검하는 자리였다. PHEV 연비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드로 분리하는 국내와 달리 합쳐 계산하는 유럽에서 공인된 K5 PHEV의 연비는 무려 ℓ당 62.5㎞에 이르는 것으로 매겨졌다. 일반적으로 유럽 연비가 국내보다 높게 나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1.6ℓ 연료만으로 100㎞를 달릴 수 있는 기록적 수준이다.
박금진 책임연구원은 “유럽의 경우 PHEV에 대한 관심이 국내보다 훨씬 높아 판매 역시 활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운전 스타일도 훨씬 거칠고 다이내믹해서 유럽에 수출하는 K5 PHEV는 지상고(차체 바닥 높이)를 높이는 등 차량 세팅도 다시 한다”고 설명했다. K5 PHEV는 유럽에 이어 북미시장에서도 오는 9월 선보이는데 경쟁 모델인 포드 퓨전 PHEV나 혼다 어코드 PHEV에 비해 전기차 모드 주행거리나 주행성능에서 앞서 좋은 판매 성적이 기대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의 장점을 결합한 PHEV는 외부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아 충전한 전기를 활용해 가까운 거리나 출퇴근길을 연료 사용 없이 전기차처럼 달릴 수 있다. 반면 순수 전기차와 달리 충전된 전기가 떨어지면 내연기관을 돌려 달릴 수 있기 때문에 부족한 충전 인프라에서도 불안감 없이 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전 세계 PHEV 시장이 지난해 20만 대에서 올해 28만9000대로 약 45%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 때문에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등은 전기차 모드 주행거리를 늘리고 내연기관을 더한 PHEV 차량이 향후 20∼30년간 친환경차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오는 2020년까지 28종의 친환경차를 출시키로 한 현대·기아차 역시 PHEV를 전략차종으로 삼고 출시 차종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7월 국산차 최초로 출시된 쏘나타 PHEV에 이어 올 7월 K5 PHEV를 선보였고 연말에는 아이오닉 PHEV가 출시된다. 내년 초에는 니로 PHEV가 등장한다.
현대·기아차 외에도 한국지엠이 PHEV 모델인 볼트를 9월 국내 시판하고 BMW(뉴 330e, 뉴 740e), 벤츠(뉴 S500e) 등도 PHEV 모델을 국내시장에 한꺼번에 쏟아낼 계획이다.
화성 =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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