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지예 장편 ‘… 붉은 비단보’
신분제 한계 속 자신의 길 개척
인간적 삶·로맨스 집중 다뤄
- SBS 드라마 ‘… 빛의 일기’
철저한 고증으로 예술혼 조명
현모양처 이미지 탈피 새 시도
‘현모양처’의 상징 신사임당(1504∼1551)에 관한 이야기가 최근 잇따라 선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5만 원권 화폐 인물에 선정될 정도로 존경받는 인물인 신사임당을 소재로, 장편소설·평전·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가 소개되면서 그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저마다 다른 형식 속에서도 드러나는 내용의 공통점이다. 조선 시대 최고 유학자 율곡 이이의 모친이자, 사대부가의 며느리로서 기존의 엄숙하고 진지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신사임당의 인간적이고 예술가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권 작가는 “신사임당의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부담스러워 8년 전 초간본 때는 그의 이름을 넣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신사임당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한 여성으로서 그에게도 사랑이 있었을 것이라는 점, 신분제의 한계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개척했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권 작가는 또 “신사임당의 일생을 고증하면서 그에게 반하게 됐다. 그는 자유로운 사고와 균형 감각을 가진 ‘생활밀착형 슈퍼우먼’이었다”며 “바로 이 점이 지금의 현대인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사임당 예술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신사임당 전문가 유정은 씨의 ‘사임당 평전’(리베르)도 신사임당의 독립적이면서도 심오한 예술가적 면모에 주목하고 있다. 유 씨는 신사임당이 남긴 예술 작품들을 분석·고찰하는 과정에서 예술가 신사임당의 참모습을 발견했다.
유 씨는 “아무리 양반가 부인이라고 해도 남녀 간 엄격한 신분제 때문에 신사임당은 지금보다 더 힘든 ‘흙수저 신분’이었을 텐데 주위 환경에 안주하지 않았고, 스스로 변화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바로 그 점이 지금에도 높이 평가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10월부터 SBS에서 방송되는 ‘사임당, 빛의 일기’는 신사임당을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 사극이다. 이영애가 ‘대장금’ 이후 11년 만에 컴백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작품 역시 신사임당 이미지에 있어 새로운 시도와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제작사인 그룹 에이트의 송병준 대표는 “드라마의 특성상 로맨스와 판타지 같은 픽션이 많이 가미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신사임당의 자유로운 시대정신과 예술혼만큼은 철저하게 고증했다. 이런 점이 요즘 시청자들에게도 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2007년 신사임당을 5만 원권 화폐 인물로 정할 당시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여성이 화폐 인물로 선정되는 게 처음인 데다 그에 관한 평가가 엇갈리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사임당은 수많은 지지를 얻으며 현금 최고액권의 얼굴이 됐다. 강원 강릉에 있는 율곡연구원의 최호 평생학습관 부원장은 “현모양처로서 신사임당의 생활과 예술가로서의 예술혼은 지금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이 점에서 최근 다양한 방식으로 조명되는 콘텐츠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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