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원 ‘셜록의 기억력을…’

기억의 대원칙은 ‘의미 부여’
12가지‘기억력 향상’방법도


“삶의 의미를 시간의 양으로 측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기억되지 않는 시간의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2015년 세계 기억력 대회(World Memory Championship)에서 한국인 최초로 국제 기억력 마스터 타이틀을 획득한 정계원 씨는 최근 ‘셜록의 기억력을 훔쳐라’(베프북스)를 통해 ‘기억의 의미’를 이렇게 밝혔다. 예를 들어 사람의 나이도 ‘그가 몇 년을 살았는가’라는 물리적 시간이 아니라 쌓아온 기억의 양으로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몇 살인가?

교육 스타트업 ‘오누이’ 창업자이자 개발자인 저자는 영국 드라마 ‘셜록’에 나오는 ‘기억의 궁전’에 매료돼 기억술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기억의 궁전’은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쓰던 공간 기억법으로 머릿속에 특정 공간을 만들어 그곳에 특정 정보를 저장해 두고 나중에 그 장소를 떠올리면 정보가 저절로 떠오르는 방식이다. 저자는 책에서 기억의 궁전을 포함해 12가지 기억력을 높이는 노하우를 알려주는데 실용 가이드와 함께 ‘기억의 의미’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다.

“기억하지 못하는 지식은 더 이상 지식이 아니다”는 저자는 기억의 대원칙은 ‘의미 부여’라고 했다. 시간이든 사건이든 사람이든 그만의 의미를 가질 때 비로소 기억으로 남기 때문이다. 반대로 의미를 얻지 못하면 기억되지 못한 채 흘러간다. ‘나이가 들면 시간이 빨리 간다’는 통설도 ‘기억’으로 설명한다. “시간은 그 자체론 의미 없이 흘러간다. 그만의 의미와 이야기로 잡아둘 때 비로소 기억으로 저장된다. 어린이는 한 해를 마무리할 때 새로 보고 들은 기억들이 많지만 노인은 새로운 일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따라서 같은 1년이라도 기억할 일이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긴 시간이 되기도 하고 짧은 시간이 되기도 한다.” 모두에게 평등한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이지만 삶은 절대적 시간이 아니라 기억할 일이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결정되는 상대적 시간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이나 사건들 사이에 무의미한 스토리는 없다.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서도 내 삶의 이야기에 복선이 되는 스토리를 찾아내고 살려 나가면 당신의 시간은 불어날 것이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이때 작동하는 기억의 공식은 지식-관찰-결합의 순환이다. 기본적으로 기초 지식이 많을수록 좋다. 이어 기억해야 할 대상을 관찰해 특징을 빠르고 다양하게 뽑아내야 한다. 이어 결합. 새 이야기로 자리 잡은 기억은 머릿속에 있던 지식과 연결될 때 완벽하게 저장된다.

팁으로 기억의 궁전 기억법을 간단히 배워보자. 우리 신체를 기억 공간으로 삼을 경우 머리, 이마, 코, 입, 어깨 순으로 번호를 붙이고 여기에 노트처럼 장보기 리스트, 발표 내용 등 무엇이든 적어놓으면 된다. 예를 들어 첫 번째 기억할 일이 형광펜 사기라면 머리카락과 형광펜을 연결시킨다. 형광펜의 인공적인 냄새, 형광색 아래 비치는 머리카락 색깔 등을 조합해 이야기를 꾸밀 수도 있다. 나중에 머리카락을 떠올리면 당연히 형광펜이 자연스레 기억난다. 이야기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면 한 장소에 여러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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