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국민의 98∼99%가 무슬림이다. 국명부터 이슬람공화국이다. 이런 곳에 기독교 유적이 많고 구약에 나오는 사람과 지명 중 상당 부분이 이란 사람이고 이란 지명이라는 사실에 다들 놀란다.
구약에 등장하는 바사가 바로 페르시아이고 고레스, 다리오, 아헤수헤로는 페르시아 왕들이다. 이들이 살던 수산성(城)은 이란 서남부에 있다. 사자굴에 떨어졌어도 끝내 믿음을 지킨 선지자 다니엘의 무덤이 여기에 있다. 유대 민족을 살리기 위해 죽으면 죽으리라 각오를 하고 아헤수헤로 왕에게 탄원했던 에스더와 그의 사촌이며 나중에 왕의 중신이 된 모르두개의 무덤이 하메단이라는 도시에 있다. 여기에서 남쪽으로 100㎞ 남짓 떨어진 곳에는 선지자 하박국이 묻혀 있다. 12사도 중 한 명인 다대오의 묘지가 이란 북부 마쿠라는 곳에 있으며 북서단 우루미에에는 세 분 동방박사의 묘지가 있다.
페르시아가 이 지역의 패권국이었고 영토가 방대했으므로 구약에 자주 등장하고 유대인이 이란에 여러 족적을 남긴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놀랄 일은 아직까지 그러한 유적이 보존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1년 3월 탈레반은 바미안 석불을 폭파했다. 무슬림의 땅에 불상이 있을 수 없다는 협량함과 독선 때문에 1500년 이상된 인류의 문화유산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런 반달리즘은 무슬림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새롭게 권력을 잡게 된 종교 세력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전의 종교에 대해 폭압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로마의 국교가 된 이후 기독교도가 벌인 석상 파괴가 그렇다. 조선 초 훼불폐사(毁佛廢寺)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란에는 이런 반문명적 행위가 없었다. 7세기 이슬람화됐을 때도, 16세기 초 시아파 이슬람을 국교로 정했을 때도 1980년 이슬람 공화국을 세웠을 때도 그러했다.
필자는 그 이유를 이란의 성숙된 문화와 오랜 제국 경영 경험에서 찾고 있다. 이란은 이미 기원전 6세기부터 전 중동 지역을 장악해 4차례에 걸쳐 제국을 유지해 온 나라이다. 피정복민을 제국 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사회 통합을 위해 이들은 일찌감치 언어와 종교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실행해 왔다. 힘센 자의 관용과 아량을 베풀어 왔다.
바빌론에 갇혀 있던 유대인들이 해방자 고레스 대왕을 따라오자 기꺼이 받아들였고 오스만튀르크의 탄압을 받던 아르메니아인 15만 명을 수도 이스파한으로 이주시켜 모여 살게 했다. 현재 이란 내에 다수의 유대인과 아르메니아인이 살게 된 연유이다.
수천 년 축적된 문화적 소양은 타 종교에 대한 폭압적인 탄압을 취하지 못하게 했고, 타 종교는 수준 높은 이란 문화에 동화되거나 이란인 스스로 자신의 문화를 더욱 다양하게 발전시키는 거름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자세는 현재 이란 정부도 따르고 있다. 테헤란에만도 기독교회가 십수 개 있고 이란 전역에 유대교당이 60여 개 운영되고 있다. 소수 종교에 5석의 의회의석을 헌법으로 배정하고 있으며 국가 중요 행사에 이들의 대표는 상석에 모셔진다. 이슬람 성직자이기도 한 최고지도자나 대통령이 이들을 접견하거나 교당에 찾아가는 일도 드물지 않다.
이러한 관용과 배려가 각종 종교 유적이 온전히 보존되고 자신의 종교 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는 현재 이란 상황의 바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란은 이슬람공화국이다. 99%가 무슬림이다. 이런 사회에서 이슬람과 적대되는 행위를 하는 것까지 관용과 배려가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다.
종종 우리나라 선교사들이 체포된다. 이란에서의 선교활동은 형법상 사회질서 교란단체 구성죄에 해당한다. 3년 이상 징역 내지 사형에 처하는 중죄이다. 선교는 이슬람공화국인 이란 입장에서는 자국의 정치 체제에 대한 위해 활동이다. 어느 정부든 반체제 활동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다. 과거 우리나라도 그러했다.
무슬림인 사회에서의 선교활동은 예의의 영역에도 속하는 문제이다. 남들 모두 자고 있는데 고성방가하는 것과 같다. 이란인이 타 종교에 대해 관용과 배려를 하는 만큼 그들도 자신의 종교와 문화에 대해 존중받기를 기대할 것이다.
이란은 최근 핵협상 타결로 인해 활짝 열린 자국으로 우리 국민이 방문하는 것을 환영한다. 성지 순례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우리 국민의 방문이 증가해 양국 관계가 강화되기를 기대한다. 타 종교에 대한 이란의 관용과 배려를 배워 가는 데에도 좋은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김승호(54) △제18회 외무고시 △주프랑스 1등서기관 △주OECD 1등서기관 △주이란 참사관 △구주 통상과장 △주벨기에 구주연합참사관 △주제네바 참사관 △대통령비서실 파견 △에너지자원협력과장 △지역통상국 심의관 △주벨기에 유럽연합공사 △양자경제외교국장 △주이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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