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신혼여행 / 장강명 지음 / 한겨레 출판

‘한국이 싫어서’ ‘열광금지, 에바로드’ ‘댓글부대’ 등을 통해 한국 사회 현상을 날카로우면서도 결코 무겁지 않게 포착해 평단과 독자 양측으로부터 검증을 받은 소설가 장강명의 너무나 솔직한 에세이다.

독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산문의 장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장강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의 작품을 한 편이라도 읽은 독자라면 꼭 봐야 하는 작품이다. 물론 소설과 관계 없이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30·40대 이야기로 넘치는 공감을 안길 것이다. 일간지 기자로 10년간 일하다 전업 소설가로 변신, 내놓는 작품마다 문학상을 휩쓴 작가지만 그의 삶 또한 그 또래 우리의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자라서 자신이 희망하던 것들 앞에서 좌절하고, 부모와 부딪치고, 미래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번갈아 하면서도 연애, 결혼, 가족, 인생에 굴복하지 않고 살아간다. 그런 속에서 일반 통념에 반해 아이를 낳지 않기로 마음먹고 실행한 이야기, 결혼식의 허례허식에 대한 거부로 혼인신고만 하고 같이 살다 5년이나 지나 신혼여행을 가게 된 사연, 사랑이지만 결국 아이를 통제하는 부모에 대한 감정까지 솔직하게 풀어낸다.

“내 생각에는 전형적인 한국식 결혼식은 빼빼로데이와 매우 비슷하다. 언젠가부터 점점 호사스러워지고 있고, 장식이 본질을 압도하고 있으며, 이제는 거대 산업이 되어버렸다. 업체들이 호사스러움을 부추기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모두 그게 허세이고 바보 같다는 걸 알면서도 그 상술에 넘어가고야 만다. 왜 이런 미친 짓거리가 사라지지 않을까? 내 생각에 그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이 미친 짓거리에 협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미친 짓거리에 협조하지 않는 자들을 ‘걔 원래 특이하잖아’라며 이단자 취급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5년 만에 문학상 상금으로 신혼여행을 계획한다. 그의 아내가 인터넷 검색으로 면밀히 준비한 여행은 기대와 달리 순탄치만은 않다. 비행기는 지연되고, 필리핀 보라카이 리조트 방은 시끄럽고, 피곤한 부부는 다툰다. 작가는 이 여행기 속에 삶에 대한 여러 단상을 자유롭게 풀어놓는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